새해벽두까지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던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6일 둘러본 의원회관은 한산함 그 자체였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국회일정이 이달 휴지기에 들어서면서 ‘평화’가 찾아든 것이다. 지난 연말 예산ㆍ법안 처리 문제로 골몰했던 때만 해도 불야성이었지만, 이제는 낮과 밤이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다. 검은색 의원 차량이 빽빽하던 주차장도 빈자리가 많이 생겨 듬성듬성했다.
상당수 의원이 저마다 휴가ㆍ출장길에 오르거나 지역구 일정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연출된 풍경이다. 의원들 빈자리는 보좌진이 메우고 있지만 그들도 번갈아 휴가를 떠나는 본격적인 ‘국회 휴가철’인 것이다.
7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 상임위 16개 가운데 7개가 출장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고, 이미 출장을 떠난 의원도 40명을 넘어선다. 법사위는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권성동ㆍ김도읍, 민주당 박범계,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미얀마ㆍ말레이시아에서 국내 이민자 출입국 문제, 민주화 도정에서의 개헌문제 등에 대해 현지 의원ㆍ법무장관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지난 4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출국했다. 정무위도 새누리당 김재경ㆍ강석훈, 민주당 강기정ㆍ김기식 의원이 5~12일 영국ㆍ벨기에ㆍ프랑스 등지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소비자보호원 설치 사례 등을 살필 계획이다.
그 밖에도 미방위 소속 의원 일부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2014 CES’에 참석하고, 농해수위 최규성 위원장 등은 4일부터 베트남ㆍ라오스의 농림부처 장관 면담, 안홍준 외통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10일부터 베트남ㆍ미얀마ㆍ라오스 등지의 공적개발원조(ODA) 현장 점검, 외통위 소속 황진하 의원 등은 8일부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위해 출국했거나 출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예산을 새해 첫날까지 붙잡고 늑장처리했던 예결특위 의원들이 그날로 해외출장에 나서면서 비난을 산 적도 있다. 때문에 이처럼 해가 바뀌기 무섭게 출국길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외부 시선과 달리 국회 내부 분위기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모 의원 보좌관은 “의원이 당내 직책을 세 개나 맡으면서 지난해 8월부터 주말도 없이 계속 달렸다. 의원도 보좌관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홍석희ㆍ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