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ㆍ백웅기ㆍ이정아 기자]지난해말 예산ㆍ법안 처리를 두고 대치했던 여야가 해를 넘기기 무섭게 지방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나섰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이달 말까지 지방선거 룰(rule)에 대한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제도 근간을 두고 여야간 시각차가 뚜렷해 당장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 지방자치 ‘대수술’ 예고= 선수는 새누리당이 치고 나갔다. 6일 새누리당 당헌ㆍ당규개정특위에 따르면 특별ㆍ광역시 기초의회(구의회)를 사실상 폐지하고, 광역단체장 임기를 현행 3연임에서 2연임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조만간 특위 차원의 최종 결론을 낸 뒤 당 지도부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나 공동후보등록제로 하는 방안,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등 상향식 공천제 도입 등의 내용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광역-기초의회 통폐합 방안은 기초의회가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ㆍ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따른 것으로, 새누리당은 주민자치위를 강화하고 광역의회를 보강해 구(區)행정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ㆍ견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역단체장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이와 유사한 취지다. 현역 광역단체장이 다음 선거를 의식해 예산ㆍ인사를 선거용으로 쓰는 경향이 있는 데다 최장 12년까지 재임할 경우 개인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2연임 후 한차례 쉬었다 재출마 하는 것은 허용한다.
교육감 선거를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후보등록제로 시행키로 한 것은 정당 공천을 하지 않은 탓에 후보가 난립하고, 이후 단일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낳자 보완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묻지마 투표’의 전형이라 불리는 교육감 선거에 있어 후보자의 정체성이 드러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 “‘풀뿌리 민주주의’ 없애자는 발상” 반발= 그러나 민주당은 여야 공히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새누리당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기초의회 폐지안은 공약 후퇴이자 물타기라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방자치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논란이 있는 새 제안보다 공약한 정당공천제 폐지에 우선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도 “내부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안되니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며 “지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추진하는 일로, 기초의회를 폐지하면 지자체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교육감의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ㆍ공동후보등록제 추진에 대해서도 헌법 31조가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자치제 개선안에 대한 여야 시각차 기저엔 결국 정치공학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민주당 소속이 다수를 차지하는 서울ㆍ수도권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현역 프리미엄’에 밀려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으로선 ‘공약 이행’ 명분은 물론 실리를 챙길 가능성도 크기에 줄곧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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