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라 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선심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늘리기 위한 ‘본색’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모두 올해 치러질 6ㆍ4 지방선거를 의식해 표심을 얻기 위한 ‘밑밥용’ 아니냐는 비난도 따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SOC 사업에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이 후속예산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해당 지자체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서 도로ㆍ하천ㆍ철도 등 SOC 예산이 정부안보다 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당초 계획보다 증액된 배경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쪽지’가 작용했다고 국회 안팎에서 보고 있다. 회의 도중 쪽지를 밀어넣어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스마트시대답게 올해는 모바일 메신저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예산안에 이름을 올린 사업 면면을 보면 호남고속철도 건설(310억원), 경북 포항~강원 삼척 철도 건설(100억원), 부산~울산 복선전철(217억원), 부산외곽순환도로(300억원), 대구순환고속도로(100억원),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200억원) 등이 증액됐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건설(42억원), 광주 광산~동광주 고속도로(30억원), 판교복선전철(20억원), 경기 여주~원주 복선전철(12억원), 경기 인덕원~수원 복선전철(20억원), 수도권광역급행철도(100억원) 등은 정부 예산안에도 없었는데 새롭게 배정됐다.
이 밖에 대형 도로 건설보다 단위가 상대적으로 작은 생태하천, 자전거도로, 도보길 등에는 10억원대 수준의 소규모 예산이 추가됐다.
문제는 토목공사 성격상 프로젝트가 1년 단발로 진행되기보다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을 타당성조사나 설계비 용역에 사용하더라도 시공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추가 증액이 불가피하다.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금융비용 증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에도 같은 사업에 추가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지자체 곳간에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짓다만 도로, 흙투성이가 된 하천 등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