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윤·김미희·이상규…당권파 당선 지역구 주민들 분노 폭발
야권연대·정권교체 기대한 표심모호한 정체성에 비난 화살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 등의 종북 경력으로 촉발됐던 통합진보당의 이념 정체성 문제가 지역구 당선자들에 대한 비난과 원성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이럴 거면 안 뽑았다’는 지역구민들의 뒤늦은 후회도 나온다. 혁신비대위원회에 맞서 당원비대위를 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당권파(경기동부연합) 측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관악구 시민단체 관악사회복지 박승한 이사는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신을 선출해준 지역의 바람이 무엇인지도 모르느냐. 대부분의 국민은 통진당에 대해 우려한다”며 “혁신비대위 방안으로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악구 지역단체는 조만간 의견을 정리해 당권파들의 ‘몽니’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관악(을)지역은 최근 한 방송에서 ‘종북이냐?’는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놔 비난을 샀던 이상규 의원(관악을)이 당선된 곳이다. 이 의원은 이정희 전 대표가 경선 부정으로 사퇴한 자리에 대신 투입돼 당선됐으며, 이번 통진당 사태에선 당권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의 본거지로 꼽히는 성남 중원에서도 당권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당원비대위 구성으로 대표적인 진보정당들이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돼 버렸다. 200만여 지지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이 지역에선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가 급조한 청소용역단체 ‘나눔환경’이 성남시로부터 특혜성 사업을 수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지역구 당선자는 김미희 의원이다.
야성이 강한 호남 민심도 이번 통진당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 통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2명의 지역구 의원을 호남에서 당선시켰다. 야권연대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가 민주당 지지성향 유권자에게 통진당을 지지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최근 통진당 사태로 ‘종북 논란’이 불거지고 정권교체와 야권연대까지 모두 좌초될 위기에 봉착하자 시민단체들의 분노가 지역구 당선자들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전남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주 금요일 오병윤 의원을 만나 지역 민심을 전달했다. 이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오 의원이 당권파 수장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지역주민 감정이 좋지 않다”며 “당내 헤게모니 투쟁을 하라고 유권자들이 찍어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잘 알겠다.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선동 의원이 당선된 전남 순천ㆍ곡성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시민들, 특히 지난 총선에서 통진당을 지지했던 분들 가운데 현재의 통진당 내분을 못마땅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역 민심이 높은 지역인데도 반응이 그렇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최근 투표 부정과 관련해 ‘풀이 살아났다’는 발언으로 주변의 비웃음을 산 바 있다. 트위터상에서도 ‘국회의원 잘못 뽑아 이게 무슨 꼴이냐’는 자조 섞인 지역민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석희·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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