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 잃어 ‘분당’ 쉽지않고
등돌린 지지층 지원도 끊길 위기
정치적 감각까지 의심받는 상황


화학적 통합도, 앞으로의 전진(진보)도 없었다. 어설픈 통합은 갈등을 빚었고, 침잠했던 진흙 뻘은 일어나 ‘진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총선 때 동분서주하며 당의 얼굴마담 역할을 했던 통합진보당의 스타 정치인 3인방은 돌이키기 어려운 내상을 입었다.

노회찬 진보당 대변인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구무언”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홍에 대해 그가 입을 연 것은 처음. 노 대변인은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으로 탈당해 나왔던 경험이 있는 터다. 그는 이어 “당을 사랑하고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면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선 참회의 냄새마저 풍겼다.

정치적 진퇴를 거듭하며 재기를 모색하던 유시민 공동 대표도 이번 사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 대표가 국민참여당을 들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할 때 당 안팎에선 우려 어린 시선이 많았다. 당권파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에서 참여당이 거둘 수 있는 정치적 이해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세작’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뒤따랐다. 유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냉정하지만 바른말 한다는 이미지와 ‘정치적 감각’마저 의심받게 됐다.

그러나 유 대표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 이도 있다. 과거 민노당 창당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유 대표가 당권파와 각을 세우며 바른 정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유 대표 역시 과거 서노련(NL계열) 활동 전력이 있는 만큼 현명하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에게 이번 사태는 지난 2008년의 ‘데자뷔’다. 그는 2008년 민노당 분당 당시 당권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당권파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던 ‘기획상품’이 당시의 심 대표였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심 대표의 결정은 당권파들에게 밀려 번번이 좌절됐고, 결국 심 대표는 직을 내려놓고 진보신당을 만들어 민주노동당을 떠났다. 4년이 지난 오늘. 꼭 4년 전에 있었던 당 내 ‘당권파 vs 비당권파’ 내홍에 울음을 삼키고 있다.

스타 3인방은 이제 ‘돌아갈 집’이 없다. 이도 저도 못하는 낭인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진보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당 자체가 해산됐다. 더불어 자신들의 지지세력이었던 PD 계열로부터도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핵심 지지층의 지원을 기대키 어렵게 됐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스타 정치인들이 ‘이용’을 넘어 ‘사용’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당권파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한 대중성 확보를 위해 유시민-심상정-노회찬을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