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아이, 책에 빠지게 하려면…
어린이가 게임이나 인터넷에 중독되기 전 예방하는 것이 중독된 후 교정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특히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은 그 폭력성으로 인해 자칫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 게임에서 재미와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부모가 강제로 차단한다고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독서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갑자기 게임 대신 독서를 권한다면 자녀의 거부감은 클 것이다. 따라서 책에 대한 흥미를 불러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혜정 한우리독서문화정보개발원 연구원의 도움으로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자녀와 같이 책 선택=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현실에서 원만한 정서 교류나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와의 정서 교류도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게임시간을 줄여서 얻은 시간에 부모와 자녀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자녀가 흥미 있는 분야의 책을 직접 선택해 읽게 하면 독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책을 고르고 읽는 행동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나 서점에 오가는 시간을 활용해 자녀와 책에 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
▶월 1회 이상 ‘디지털 프리데이’ 지정=월 1회 이상 ‘디지털 프리데이(Digital Free Day)’를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수잔 모샤트는 저서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을 통해 게임과 페이스북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6개월간 ‘디지털 단식’에 돌입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 아이들이 무척 힘들고 불만스러워했지만 차차 머리와 가슴, 공부방식까지 바뀌었다고 했다.
이처럼 한 달에 하루 정도 온 가족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끄고,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면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줘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함께 읽고 토론=읽는 부담이 적고 재미있는 책부터 자녀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도 방법이다. 게임 중독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텍스트의 양이 많고 지루한 책은 책에 대한 흥미만 잃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텍스트의 양은 적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볼 수 있는 책이 좋다. 그림책이나 동화책도 좋다.
가족과 함께 독서를 하고, 이를 통해 쌓은 자료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결합해 토론하는 것은 독서와 토론 능력은 물론 그 결과를 글의 형태로 정리하는 논술 능력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게임,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가족과의 정서 교류가 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독서와 토론ㆍ논술 활동을 통해 가족과 연대를 강화시키는 ‘1석2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해서 토론이나 논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토론과 논술을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그것을 분석해 종합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에 대해 토론하거나 논술하려면 의학ㆍ윤리ㆍ종교ㆍ법률ㆍ과학 등에 관한 지식을 독서를 통해 습득하게 하고 가치관을 정립시켜 줘야 하며, 다양한 입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하고 이를 논리적인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심어줘야 한다.
친구나 가족과 독서클럽을 조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토론과 논술을 위해서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의 책보다는 자녀의 성장 단계와 독서 수준을 고려해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고 작가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적게 읽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보는 것이 토론과 논술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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