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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관리의 두 가지 길
성적에만 집착하는 부모
빠른 시기에 ‘상위권 진입’독려
자발적 의욕 갈수록 떨어져
정작 대입 앞두고 동력 상실

학습본능 깨워주는 부모
당장 눈앞의 성적에 연연 않고
오랜기간 호기심·관심 자극
탄탄한 내공 중·고교때 만개

“우리 아이가 성적표를 받아 왔어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화가 나네요. 객관적으로 보면 높은 점수일 수 있지만, 아이 반이 학년 중 꼴찌를 했는지 과목별 등수가 형편없네요. 실속 없는 성적표인 셈이죠.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아이에게 신경질을 냈답니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많이 떨어진 데다가 더 화가 나는 건 아이가 전에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거예요. 아직 어리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로서 욕심이 자꾸 앞서네요.”(한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대한민국 학부모의 성적 욕심은 대단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저학년 때부터 성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비교 성향’이 강해서 점수가 아니라 등수에 집착한다. 학부모끼리 아이의 성적으로 은근히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학부모라면 자녀의 성적 향상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학습 능력’ 향상에 주목해야 한다.

▶‘조기 상위권 진입’의 유혹에 빠진 학부모=우리 학부모가 자녀의 성적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 자녀의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공까지 책임지려 하는 학부모. 그 마음속에는 자신의 자녀가 남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져 실패한다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다.

그 결과 꾸준히 ‘학습 능력’을 길러 토대를 다지기보다 ‘성적 관리’를 통해 아이를 조기에 상위권으로 진입시키기를 원한다.

그러나 부모의 강제적인 성적 관리는 대부분 아이에게 득(得)보다 실(失)로 작용한다. 승부근성이 강하거나 언어ㆍ논리ㆍ수학지능이 강한 소수의 아이에게는 이런 방식이 통할 수 있다. 경쟁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기에 무리한 ‘성적 관리’도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는 그런 내성이 없다. ‘의욕’이나 ‘동기’가 아닌 ‘통제 중심의 강제적 학습’을 견뎌내지 못한다. 강하게 공부 경쟁을 시키면 망가지고 만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어떤 성향에 속하는지부터 파악해봐야 한다.

물론 ‘성적 관리’를 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있다. 부모가 이 같은 ‘달콤한 유혹’을 외면하기란 정말 어렵다. 일단 부모가 반짝 성적을 올려주는 온갖 서비스의 늪에 빠지면 아이를 하루 빨리 상위권에 진입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 만다. 그것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부모가 무리하게 자녀의 성적 향상에만 집착한다면, 공부에 대한 자녀의 의욕이 떨어져 자칫 ‘학습 능력’마저 잃을 수 있다. 아이의 ‘학습 능력’을 서서히 키워 나간다면, 정말 필요한 시기에 우등생이 될 수 있다.                                                                        [사진제공=비상교육공부연구소]


▶무리한 ‘성적 관리’냐? ‘학습 능력’ 기르기’냐?=성적을 강제적으로 관리하면 절대적인 학습량이 많아진다. 일시적이나마 어느 정도까지는 성적이 오른다. 하지만 아이의 자발적 의욕이나 동기를 무시한 만큼 시간이 갈수록 부작용이 심각해진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적 향상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아이가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 극단 처방을 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고등학생 때 오랜 공부 노동에 시달리면 그 후유증으로 공부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게임이나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 ▷학교폭력을 휘두른 아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부모의 무리한 성적 욕심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

대안은 아이의 학습 본능을 자극해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학습 본능을 자극하지 못하는 타율적인 학습은 승산이 없다. 아이가 본래 갖고 있는 호기심과 관심이라는 강력한 내적 에너지가 ‘학습 능력’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생긴다.

‘학습 능력’이 효과를 보려면 강제적인 ‘성적 관리’와 달리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학습 능력’이란 잘 와 닿지 않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하지만 성적이 현상이자 결과라면 ‘학습 능력’은 본질이자 원인이다. 

‘학습 능력’을 키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한 번 계발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공부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다. 혹 아이의 관심이 약하거나 없을 경우 아이가 좋아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통해 ‘학습 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조기 우등생’이 아니라 ‘적기 우등생’이 바람직=아이를 상위권으로 진입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열망은 순수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입 시기를 무리하게 일찍 잡으려는 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공부에 대한 마음의 준비, 즉 의욕과 동기가 아직 약한 자녀에게 부모가 원하는 성적을 받아올 것을 압박한다면 아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창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할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 중심의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학습 능력’을 억누르는 행위다.

‘학습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공부를 하면 당장은 성적이 뒤처질지 모른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차 만회하고 역전해 우등생이 돼 있는 자녀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에 초등학생 때부터 우등생이 될 것을 독촉한다면, 자녀가 중간에 공부를 포기하거나 쓰러지고 말 것이다.

‘성적 관리’로 얻은 ‘억지 성적’은 오래 가지 못한다. 당장은 만족할지 모르나 갈수록 불안해지고 해법을 찾기 어렵게 된다. 초등학교 때 ‘조기 우등생’이 된다고 해서 중ㆍ고교 때도 우등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초등학교 때 열심히 ‘학습 능력’을 기르는 데 힘썼던 아이들이 갈수록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아이마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적합한 때가 있다.

자녀를 ‘조기 우등생’으로 만들려다 다른 우등생만 돋보이게 하는 열등생으로 전락시킬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학습 능력’을 길러줘 ‘적기 우등생’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가. 학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공동기획=비상교육공부연구소

도움말=박재원 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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