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우리학교에 폭력서클 없다ㆍ있는지 잘 모른다”
고등학교 교사 중 무려 98%가 근무하는 학교에 폭력서클이 없다고 알고 있거나, 서클 존재 여부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는 초ㆍ중ㆍ고 중 중학교 다음으로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중간 분석결과에서 “전국 학교 중 82%에 일진ㆍ폭력서클이 있다”는 학생들의 답변과 크게 배치된다. 교사가 학교폭력 현장과 동떨어져 학생의 학교폭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19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경기대 교육대학원 윤석진 씨의 2007년 석사논문 ‘학교폭력 대책에 관한 교사의 역할 연구’에 따르면 같은해 14개 시ㆍ도 고교 교사 1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 학교의 폭력서클 유무 여부’에 대해 ‘없다’는 응답이 33.7%(64명)였고, ‘모르겠다’는 응답도 64.2%(122명)나 됐다.
해당 설문조사는 5년 전 논문에 실린 자료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주범인 폭력서클과 일진이 과거부터 존재했음에도 대부분 교사가 이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안이하게 대처하다 최근에야 문제가 불거지면서 학교폭력에 신경쓰게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해 경희대 행정대학원 백동현 씨의 논문에서도 설문조사 결과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 중 86.8%는 “근무 학교에 일진회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교사들은 ‘학교폭력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으로 자신들이 아닌 ‘정부 등 청소년 복지 관련 기관’을 가장 많이(66%ㆍ126명) 꼽아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 등 학교’로 답한 교사는 22%(41명)에 불과했다.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44%ㆍ84명)’ ‘사소한 감정 때문에(35%ㆍ67명)’ 등의 대답이 많아, 대다수 교사가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담임교사가 처리(57%ㆍ109명)’ ‘가해ㆍ피해학생 학부모가 서로 합의(24%ㆍ46명)’ 등의 대답이 많았다. ‘학생부 등 전담부서에서 처벌’도 16%(31명)나 돼 대부분 교사가 학교폭력 처리에 같이 나서지 않고 담임교사나 학생부 등 전담부서,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 수집방법’도 ‘동료교사와 정보교환(22%ㆍ41명)’이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연수교육(18%ㆍ34명)보다 소극적인 ‘인터넷ㆍ참고서적(51%ㆍ97명)’이라는 대답이 훨씬 많았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순찰과 지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응답 중 ‘순찰ㆍ지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잘 시행되고 있지 않다’가 54%(102명), ‘순찰ㆍ강화가 시행되지 않는다’도 43%(32명)나 됐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