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이트데이’지만, 해외에서는 ‘파이(π)데이(원주율의 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선교사인 피에르 자르투가 세계 최초로 원 둘레와 지름 간의 길이의 비율인 원주율 3.14를 고안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도 공교롭게 이날이다.
‘파이데이’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미국의 하버드와 MIT(매사추세츠 공대), 영국의 옥스퍼드 등 유명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파이클럽’을 만들어 ‘파이데이’ 기념행사들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π와 이름이 같은 음식인 파이(pie)를 먹고, π의 소수점 자리를 누가 더 많이 기억하는지 알아보는 대회도 개최한다. 2006년 일본의 하라구치 아키라 씨가 외운 8만3431개가 현재까지 최고 기록이다.
특별히 ‘파이데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샌프란시스코 탐험박물관에서는 해마다 1시59분에 원주율의 탄생을 축하하고 수학의 발전을 기원하며 3분14초 동안 묵념을 한다.
2009년 하원은 수학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이날을 아예 ‘파이데이’로 공식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과학기술의 기초인 수학에 대한 이 같은 열정이 미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자리잡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 14일은 여전히 ‘화이트데이’다. 포스텍 수학연구동아리인 ‘마르쿠스’가 ‘파이데이’ 기념 행사 갖고 있지만 일반인의 관심을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파이데이’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날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수학교육의 해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에서 교과부, 재단, 수총은 올해를 수학교육 선진화를 위한 원년으로 삼고 향후 수학교육 비전을 담은 ‘수학교육의 해 선언문’을 발표했다.
7월에는 ‘수학교육의 올림픽’이라 알 수 있는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도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관계자 4000여명이 참석한다.
신상윤ㆍ이태형 기자/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