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인 ‘중학교 체육활동 확대(체육 수업시수 확대 및 스포츠클럽 강화)’와 주5일 수업제 대책인 ‘토요 스포츠데이’가 신학기부터 시행돼야 하지만, 대책의 주요 적용 대상인 중학교의 대다수가 급하게 대책이 추진되느라 아직 준비를 못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대책의 주도권에만 신경쓰고 있어 학교 현장의 근심이 늘고 있다.
28일 다수의 일선 중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일선 중학교들은 ‘체육수업 강화’를 골자로 한 각종 대책 관련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산하 중학교 교장은 “당장 신학기 첫 토요일인 다음달 3일에 ‘토요 스포츠데이’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1학년의 경우 입학한 지 하루 밖에 안 된다”며 “일단 입학일인 2일 무슨 체육활동을 원하는 지 알아보고, 3일에 도서관을 개방해 원하는 아이들을 자습시킬 계획이다. ‘토요 스포츠데이’는 빨라야 10일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산하 중학교 교장도 “‘토요 스포츠데이’ 관련 공문도 27일에야 왔고, 남부교육청 중학교가 33곳인데 강사가 11명 밖에 배정 안 됐다”며 “강사를 배정받지 못하는 3분의 2의 학교는 체육교사가 돌아가며 수고해야 할 지 모른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산하 중학교 교장도 “각 학교는 수업시수나 교육과정을 늦어도 해마다 1월 초에 결정한다”며 “주 1~2시간이라지만 체육 수업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교과부와 시교육청은 각종 대책만 내세우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7일 시ㆍ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중학교에만 토요 스포츠강사를 3000여명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강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가 늦어졌다”며 “대책 관련 예산이 확보됐고, 강사도 모든 중학교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서울 신문로 시교육청에서 곽노현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소재 12개 대학과 학교스포츠클럽 및 수학여행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그러나 협약은 관련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스포츠강사를 뽑겠다는 과거 정책 대신 대학생의 관련 자원봉사(교육기부)를 받겠다는 ‘후퇴한 내용’이 담겨있다. 더욱이 시교육청은 곽 교육감의 선거 공약사항인 문ㆍ예ㆍ체 부흥을 내세우다, 교과부가 ‘중학교 체육활동 확대’를 내세우자 일선 학교 혼란을 이유로 시행을 늦출 것을 지시했다가, 이날 다시 MOU를 맺는 등 ‘체육수업 강화’ 주도권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교육계 안팎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