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 공부해야할까
우등생 학습법 모방 강요유명학원만 찾아다니는 부모
성적 안오르면 자식 탓만…
자녀 힘들어 할땐 곧장 대화·수정
실질적 도움되는 방법 찾아야
지난 회차 프롤로그에서 자녀의 공부 문제로 고민 중인 초등학생 학부모 앞에는 ‘스터디 스마트’하거나 ‘스터디 하드’한 두 방향이 놓여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못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두 방향이 어떻게 다른지, 스마트한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개별 주제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 번째로 다룰 주제는 ‘학습법’이다. ‘학습법’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와 관련된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에게 잘 맞는 학습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작정 열심히 하면 된다?=‘스터디 스마트’(이하 스마트)한 방향과 ‘스터디 하드’(이하 하드)한 방향은 무엇보다 학습법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확연히 구분된다.
‘하드’가 부모 자신의 경험담과 고정관념을 자녀에게 사실상 ‘강요’하는 방식이라면, ‘스마트’는 ‘내 아이에게 맞는 학습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방식이다. 미리 결론을 얘기하면 ‘스마트’한 방향으로 학습법을 활용하면 자녀의 공부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하드’한 방향으로 가면 상황만 더 악화될 뿐이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 좋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하드’한 성향의 학부모가 보이는 원초적 반응은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자연히 그 주된 원인으로 자녀의 ‘의지 박약’과 ‘노력 부족’이 지목된다.
그래서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간단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녀 스스로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압박한다.
이때 아주 예외적으로 마음을 확 바꿔 부모 자신의 교육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혹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하는 소수의 부모가 있지만, 대다수 학부모는 그렇지 않고 더 ‘하드’한 쪽으로 움직인다.
상당수 부모는 자신이 터득한 학습법이 자녀에게 제일 맞는 학습법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찾아낸 자녀와 가장 잘 맞는 학습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사진제공=비상교육공부연구소] |
▶아이가 거부하는 ‘효과적인 학습법’?=열심히 공부하라고 독려하고 사교육까지 시켰건만 결국 마음대로 되지 않고 기대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지칠 무렵이 되면 단순히 공부를 많이 시키려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효과적인 방법, 즉 ‘비법’이나 ‘묘책’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학습법 관련 정보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부모 자신이 학창시절 때 공부를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학창시절 공부 꽤나 했다고 자부하는 부모는 자기 방식을 고집한다. 자신이 예전에 했던 공부 방식을 자녀에게 그대로 해보도록 권한다. 비록 공부를 못했어도 공부와 관련해 나름 ‘소신’(알고 보면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지만) 있는 부모도 이와 유사하게 행동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잘 모른다는 생각에 효과적인 방법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학습법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하고, 서점에 가서 자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습법 책들을 뒤적거린다.
더 적극적인 부모라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학부모 교육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우등생들의 학습법과 성공사례를 접하고 동기부여 캠프나 자존감 향상 캠프에도 관심을 가진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자녀의 공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무척이나 헌신적인 부모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집이 없는 대신 많은 수고를 무릅쓰고 알아낸 방법대로 따라할 것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우(愚)를 범하고 만다. 애써 찾은 좋은 방법을 자녀가 그대로만 따라하면 된다고 확신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는 자기와 맞지 않는다며 거부하고, 부모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기게 돼 자녀와의 갈등 상황만 더욱 심해진다.
▶‘실험’을 통해 아이와 함께 적합한 학습법 찾기=문제의 본질이 자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법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희망이 생긴다. 부모가 힘들게 찾아낸 방법대로 아이가 따라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와 부모를 모두 힘들게 하는 ‘하드’한 방향이다. 아이와의 갈등만 키우게 될 뿐이다.
반면, 그 방법이 과연 자녀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를 따져보는 쪽으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결과가 도래한다. 아이에게 우등생이나 성공사례에 나온 학습법들을 억지로 모방할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잘 맞는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학습법뿐만 아니라 공부 일반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원이 가장 잘 가르치나’가 아니라 ‘자녀에게 잘 맞는지’, ‘어떤 선생님이 가장 잘 가르치나’가 아니라 ‘잘 맞는지’, ‘어떤 교재가 가장 좋은가’가 아니라 ‘잘 맞는지’ 하는 식이다.
부모가 먼저 다양한 학습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하드’한 부모와 동일하지만 ‘스마트’한 부모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의견을 나눈 후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것들을 일단 자녀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선택한 방법들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함께 실험한다는 마음으로 일정 기간 동안 최대한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연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 결과 자녀가 부담 없이 계속 할 수 있고, 효과도 있어 잘 맞는다는 판단이 설 때 그것을 최종 선택(수정ㆍ조정 가능)하게 하면 된다. 물론 잘 맞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주저하지 말고 바꿔야 한다.
자녀가 원래 공부하기 싫어서 부모가 권하는 학습법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하드’한 공부 방식이 싫은 것이지, 스스로 연습해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감사해하며 기꺼이 수용한다.
요컨대 자녀의 공부 성향과 맞지 않는 학습법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자녀에게 잘 맞는 적합한 학습법을 이 같은 방법으로 찾아갈 때 아이의 공부가 진정으로 살아날 것이다.
공동기획=비상교육공부연구소
도움말=박재원 비상교육공부연구소장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