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관 “일진이었더라도 개선 의지 보였다면 문제될 것 없어”
교사 “50년이상 지속되는 학생부에 학교폭력 기재…낙인효과”
화두는 ‘인성’이었다. 지난 15일부터 대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2012년 입학사정관제 지원대학 사례발표 워크숍’에 참석한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교수(500여명), 전국 고교 진로ㆍ진학담당 교사(300여명) 등 800여명은 대학 입시에서 인성을 측정하는 전형 요소를 강화해야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평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또 정부가 3월 새학기부터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점에 대해선 지나친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번 워크숍은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대입 전형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첫 행사인 만큼 인성 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워크숍 현장에서 만난 입학사정관들은 인성 강화의 기본 방향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박정선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연세대 입학사정관)은 “인성을 점수화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다양한 요소를 통해 인성을 평가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애초부터 지향해왔던 방향”이라고 밝혔다.
안상헌 경북대 입학사정관도 “인성은 이미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인성 평가가 강화되면 일선 학교에서도 인성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르치지 않는 인성은 없다”며 “학교가 어떤 제대로 인성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학생이 이 안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학생부의 진정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정 아주대 입학사정관은 “현재로서는 학생부를 통해서는 출결 상황 정도 밖에 확인할 수가 없다”며 “면접을 병행하지만 기록을 통해 사실을 검증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부의 진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3년 내내 일진이었다면 당연히 문제겠지만 한차례 폭력 행동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면 되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폭력 사실 자체로만 학생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나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울 소재 모 외국어고 진로담당 교사 A씨는 “평생 꼬리표가 될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는 것은 지나친 낙인 효과”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모 일반고 진로담당 교사 B(여)씨도 “남학생들의 경우 ‘순간의 바람’에 휩쓸려서 폭력적인 행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게 되면 무조건 학생부에 기재를 해야 한다”며 “순간의 탈선 때문에 학생 인생 전체를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구=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