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ㆍ가해 학생, 이주호 교과에 실태 털어놔
李교과 “다 어른들의 잘못…아이들은 교육해야 할 상대”
“신고해봤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였어요.” “학교 밖에서는 사람들 없는 데로 데리고 가 괴롭히니 대응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 교육과학기술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교폭력 피해ㆍ가해 학생 초청 장관과의 대화’에서는 지금까지 미흡했던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대응 방안 실태와 이에 대한 비난이 아낌없이 쏟아졌다.
이들은 각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형식적으로 열리고, 교사들도 사실상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등 상당수 학교에서 교장이나 교사가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라는 고3 남학생은 “검찰 고소도 해봤고 학생부도 자주 가고 조사도 받았다”며 “처벌을 원했는데 학폭위 회의 결과 ‘7일 학교 봉사’가 다였다. 징계가 솜방망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폭위 회의록 원본이 있는데도 공개용을 따로 만들더라”며 “원본에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다 나오는데, 공개용에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고, ‘누가 뭘했다’ ‘기간’ ‘징계 내용’ 같은 것도 구체적이지 않은데 이걸 피해 학생에게 자료라고 한 장 달랑 주는데 심지어 검찰 증거용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역시 피해 학생인 중3 남학생은 “학교 밖에서 폭력을 당했다”며 “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 알리면 되는데, 밖에서는 사람들 없는데 데리고 가 괴롭히니깐 대응할 방법이 없다. (가해 학생들이) 안 했다고 하면 증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6학년) 다니는 남학생도 “5학년 때 아이들이 집단 폭행 등 ‘왕따(집단 따돌림’ 경험을 했다. 다행히 지나가는 아저씨가 구해줬지만, 선생님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보호해주지 않으니 보복 폭행의 두려움 탓에 신고하기 어려웠다”며 “학교에 피해 사실을 말하면 학교에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격리시켜 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한 학부모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전화로 신고를 했는데 형식적인 태도에 화가 났다”면서 “신고전화를 받는 사람의 사명의식이 필요하다. (학교폭력도) 일일이 기록을 해야 법적으로 가도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피해 학생의 누나도 “피해자가 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측면도 많다”며 “가해 학생은 전학 가지 않고. 피해자만 전학가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이었다는 중2 남학생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자기가 노력하지 않으면 과거랑 똑같을 것”이라면서 “대안학교에서 받았던 극기훈련을 통해 일탈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어른들의 잘못이고, 아이들은 처벌해야 할 상대가 아닌 교육해야 할 상대다”고 답했다. 이어 “(교과부 내에) 학부모 정책과를 만들어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 학부모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상윤ㆍ김영원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