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의 벌금형 판결을 받고 교육감 직에 복귀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전날이었던 9월 10일 구속수감돼 영어(囹圄)의 몸이 됐던 곽 교육감은 공교롭게도 131일만인 올해 설 연휴 직전 자유의 몸이 됐다.
법원의 결정은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재의(再議) 요구되는 것을 지켜만 보던 곽 교육감에게 참으로 ‘극적’이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을 둘러싼 상황은 ‘극적’이지 못하다. 그는 교육감 자리를 다시 찾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우선 서울 교육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복귀하면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즉시 공포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국민의 관심사가 된 현실에서 학생의 권리만을 강조한 조례 공포는 자칫 학교폭력을 방치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가 크다.
수정하되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 권한대행이 오는 3월까지 최종안 발표를 미뤘던 고교선택제를 곽 교육감은 즉각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6개월간 고교선택제를 두고 오락가락했던 서울시교육청의 모습에 예비 중3 학생과 학부모는 벌써부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교육청 내부도 고민이다. 곽 교육감 직무 정지 이후 ‘외곽’으로 밀려났던 측근 인사들이 다시 재배치되면서 이 권한대행을 비롯한 기존 인사들에 대한 ‘정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보복 인사’가 단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도덕성’이 생명인 교육자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향후 곽 교육감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할 수 있다. 자칫 전임 공정택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식물 교육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될 뿐 아직 ‘무죄’를 받은 것이 아니다.
곽 교육감은 1심 판결 후 “서울시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충격과 걱정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이 발언을 십분 되새겨 그동안 떨어졌던 신뢰도와 명예를 회복하려면, 면죄부(免罪符)를 받은 양 처신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그의 행보를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