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ㆍ게임 중독 간담회’에서 쏟아진 말말말
“전봇대에 새 던지며 ‘앵그리 버드’ 게임이라고 할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야동’을 본 후 자위하는 상상을 한다.”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내 교육과학기술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ㆍ게임중독 관련 간담회’에는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터넷ㆍ게임 중독이 학교폭력으로 연결된다”며 중독의 참혹한 폐해를 털어놓는 한편 이에 대한 개선책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비롯해 학생, 학부모, 교사, 학계 전문가, 관계 부처 담당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정한나 인터넷꿈희망터 센터장은 스마트폰의 인기 게임인 ‘앵그리 버드(Angry Bird)’를 예로 들며 “살아 있는 새를 던지는 게임인데, 실제로 다친 새를 발견하면 아이들이 전봇대에 (새를) 던지며 ‘앵그리 버드’라고 할 것”이라며 “2005년 서울대 논문을 보면 교사가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수록 그 반 아이들이 게임을 안한다고 하는데, 교과부가 게임중독에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류현호 인천 청학공고 교사는 “중학교 내신 하위권이 주로 오는 곳이 특성화고”라며 “공부에 관심도 없고 시간이 남아 게임을 하는 학교 학생 중엔,는 하루 20시간 게임을 하는 아이도 있다.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비율이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동현 한양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상담을 한 환자 중에 자위행위를 하는 상상을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있었다”며 “물어보니 자연스럽게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야동(야한 동영상)’이나 게임이 문제였다. 학생 800만명 중 10% 이상이 질병이라 볼 수 있는 게임 과몰입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훈석 성균관대 김리학과 교수는 “일선 학교에서 게임중독 문제군 학생을 선별해서 빨리 어떤 형태든 안전망에 연결시켜야 한다”며 “인터넷ㆍ게임 중독에 대한 전문성을 교사들도 가져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상담교사 배치 등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최관섭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은 “‘인터넷 레스큐 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11박12일 동안 게임을 안하고, 20명이 한팀으로 상담, 역할 연기, 놀이도 하다 보면 4~5일 되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고 부모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며 “만 16세 이하 청소년들한테 0시에서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도 기업들의 사회적 책무의 일환이다. 밤 11시에서 새벽 3시사이 메가톤이라는 화학 물질이 분비되는데 뼈도 키우고 성장을 돕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생들의 인터넷ㆍ게임중독 문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다른 부처와 적극 협력해 이같은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적으로 게임중독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심각하다. 학교폭력 대책 마련하는 교과부가 잘못한 탓인 것 같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상윤ㆍ박병국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