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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 외부 힘보다 교사·학생 노력통해 내부 해결을”
지난 9일 서울 우면동 한국교총회관 내 회장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의 얼굴은 다소 피곤해 보였고,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줄어들어 있었다.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와 다음날 신년교례회 준비 때문에 그는 무척 바빠 보였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안 회장은 서서히 ‘생기’를 되찾았다.그는 “학교폭력을 처벌 등 외부에서 풀지 말고 학교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의 권위가 붕괴되면서 그 공백으로 ‘일진’ 등이 학교 내에 새로운 세력을 만들고 있다”며 “교사ㆍ학생ㆍ학부모 등 교육 3주체 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오늘(9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를 공식 요구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 보장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중립성에 위반된다. 또 학교의 자율성도 훼손한다. 위헌성이 있다. 조례에 대해 정식으로 다음달 중 헌법소원을 내겠다. ‘학생인권조례저지 범국민연대’에 참여한 각종 단체의 지원도 받겠다. 법률 자문도 이미 끝났다. 내가 (교총) 회장 하는 한 끝까지 추진하겠다.
-중3 아이와 대화해보면 조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학교 안에서도 학생과 교사 간 노출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 않나.
▶그걸 조례로 획일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학교별) 교칙을 손보면 된다. 학교는 예비 사회화 과정을 가르친다. 현재 조례는 교육위원회가 아닌 시의회 조례다. 원래 조례는 시민들을 위한 행동규범이나 관습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편법이다.
-교칙은 학교 규칙이지만 학생은 “합의 안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충돌이라는 것이 대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몰라도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반영된다면 문제가 있다. 학교폭력은 그런 충돌로 인해 학교가 완전히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외부 힘에 의해서 학교의 자율성이 극도로 제한돼 버리니까. (조례가) 학생 권리만 단편적으로 보장한 데다 학교 내에서 교사의 권위마저 없으니 학생 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왕따(집단 따돌림), 일진, 이런 것들이 학교가 사회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교사의 통제된 권위가 없어지니까 학생 간의 폭력이라는 상황이 급격히 초래된다. 최근 사건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하부에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많다.
-조례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은 어떤가.
▶10명 중 8명이 조례 때문에 학생 지도가 어렵다고 한다. 조례의 문제가 민주적인 걸 넘어섰다. 학교는 무방비 상태가 돼버렸다. 학생 간의 서열을 깰 사람은 담임교사와 학부모밖에 없다. 초등학생의 일기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못 읽게 하는데, 일기조차 안 읽으면 그 학생의 삶을 (교사가) 어떻게 알겠나. 너무 획일적인 접근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교육의 정치적 도구화, 종속화가 심각하다. 학교를 표밭으로 인식하고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이 침투한다. 이들이 교육 예산 축소하면 교장 권위가, 선생님 권위가 떨어지는 거다. 학교에서 국회의원, 교과부, 교육감 같은 정치와 행정권력이 충돌하고 있다.
안 회장은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을 ‘처벌’ 위주이고, 밖에서만 치료하는 양의학(洋醫學)적이라고 꼬집으며, 안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한의학(韓醫學)적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교권을 신장시키는 게 학교의 권위를 세우는 것인가.
▶교권, 교권 하는데, 교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티처스 라이트(Teacher’s Right)가 아니라 ‘티칭 라이트(Teaching Right)’다. 교사 자신의 권리가 아니라 교수 행위 속에서의 권리다. 우리말로 하면 교수권(敎授權)인데, 대학 교수 때문에 용어가 확 안 와닿는다.
안 회장은 “가르치고 학생 지도할 때 필요한 것이 교권”이라며 “교과와 생활 지도에서 그런 권위를 평상시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팔짱만 끼고 있었던 게 아니냐.
▶정치와 행정권력이 교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학교 밖에서는 학부모가 제3의 교육기관이 돼 버렸다. 학부모와 교사 간에 적대감이 생겼다. 촌지(寸志) 등의 문제로 서로 안 봐야 될 사람이 됐다. 그 틈새를 타고 학생은 자유로워졌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하는 데도 말릴 사람이 없어졌다.
-학교폭력 문제를 타개할 해법이 있을까.
▶일진 등 학교폭력 사태에 검찰과 경찰이 나서는 것은 빙산의 일각을 해결하는 것에 불과하다. ‘수면 아래’를 해결하려면 내부적, 자생적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의 자율성을 세우는 거다. 그러려면 교사의 사기를, 열정을 세워줘야 한다. 조례로 교사를 통제하면 안 된다.
-일진이 삼진을 때릴 때 교권이 그걸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지금 어려운 구조다. 그걸 왜곡하는 문화가 지속돼 왔다. 선생님들을 비리집단으로 몰아붙이니까. 학생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포퓰리즘이 심하다. 더욱이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선생님들을 묶어 놨다. 학부모들도 권력화됐다. 지금 학부모단체의 회장이나 직원은 학부모가 아니고 ‘프로 학부모’다. 단체도 정치적인 단체고. 결국 근본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장점인 담임교사제가 해결책이다. 서구에는 없는 제도다. 담임교사는 학생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 학교ㆍ학생ㆍ학부모 3자간 대화가 잘 되면 문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학교 밖보다 안에서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법이다.
-교총 강령 등에 ‘보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나.
▶없다. 우리는 교육에 있어 본질주의를 표방한다. ‘보수’는 없다. 교육의 항존성(恒存性)이라는 게 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진보 측에서는 교육에 변화를 너무 추구한다. 그러면서 (항존성을) 잃어버렸다. 결코 변화하지 않는 것을 찾아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것을 계속 각인시키는 단체가 교총이다.
-이제 전교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전교조와 만나고 대화해왔다. 과거 내가 쓰던 정치적 기본권이라는 용어도 전교조에서 쓰더라. 11일부터 하는 참교육실천대회(전교조 주최)에 가겠다고 했더니 “의논해보겠다”고 해 놓고는 연락이 없다. 나는 그렇게 열린 자세가 돼 있고, 지금까지 여러가지 대안도 제시해왔다. 전교조는 이념에 실제를 맞추려하지만, 나는 반대다. 실제에서 이론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줄곧 ‘교원의 정치참여’를 주창해왔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고 교원들의 전문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의지가 있는 사람들한테 할 기회를 줘야 한다. 초ㆍ중등 교원도 지금처럼 퇴직하지 말고 대학 교수처럼 휴직하고 정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낙천ㆍ낙선운동이 아닌 메니페스토 운동을 하겠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수용하는지 정책적으로 담보를 받는 한편 계속 감시 활동을 벌이겠다. 전국적으로 교육정책 감시단 ‘정책 119’ 1700명을 모았다. 현재 이들에 대한 워크숍을 하면서, 중앙과 지역의 교육 공약을 정리하고 있다. 4월부터 총선이 시작되니 다음달부터 운동에 들어가야 할 거다.
-올해부터 일선 학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다. 교총의 숙원 사안이었지만 ‘사교육 발호’가 우려되는데.
▶‘주5일 수업제’를 잘 하면 학교 폭력도 깨질거라 본다. 토요일을 이용해 스포츠클럽 등 서클을 통해 다양한 단체적인 예체능 활동을 하게 되면 폭력 서클이 힘을 못 쓸 거다. 또 예술과 체육 활동은 감각을 일깨워 창의력을 길러준다. 그러자면 예체능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이에 대한 MOU(업무협약)를 추진하려 노력 중이다. 사교육을 막기 위해 방과후학교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시스템을 만들면 많이 참여하게 되고, 사교육 문제도 해결될 거다.
안 회장은 그동안 교총이 개선을 요구해왔던 현 정부 핵심 교원정책인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 이야기가 나오자 결기어린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리기도 했다. 그는 “교원평가 중 학생ㆍ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구색 맞추기다. 자기 평가를 하면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자기 평가가 객관적일까’라는 질문에 “교육은 객관성보다 질적, 정성적인 평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도 “공모제 비율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선발 과정에서 심사가 무시되고 시ㆍ도 교육청 등에 권한이 너무 많다. 공모 과정에서 공정성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교장이나 교사가 당국을 불신하고 있다”며 “교원을 개혁 대상이 아닌 개혁 주체로 대해야 학교폭력 등 각종 교육 현안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몇 점 정도 줄 수 있나.
▶(정부가) 낙제를 면하려고 최근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경쟁 위주 정책, 톱다운(Top-downㆍ상의하달) 방식을 과감히 지양하고 학교를 회생시키는 접근을 시도하면 정권 말기지만 점수를 딸 것이다. 용기를 내서 마무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정리=신상윤ㆍ김수한 기자/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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