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진행됐던 지난 8월부터 9월 초까지 여야에겐 그야말로 ‘악몽’같은 시간들이었다.
8월 중순부터는 여야가 주민투표 개함여부를 결정짓는 33.3%의 투표율 전쟁을 벌이더니 개봉이 무산되자마자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두고 2차 혈전을 벌였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 시장이 결국 예상대로 사퇴의사를 밝히자 정국은 곧바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전으로 급변했다. 주민투표의 기억은 어느새 뒤안길로 사라지고 금세 여야는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후보 찾기에 열을 올렸다.
여야는 각각 전직 총리, 전직 장관, 기업인 등을 물망 후보에 이름을 올리더니 급기야는 현직 장관, 현직 총리까지 후보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었다. 안 원장의 등장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여야가 그의 출마 검토의지가 분명한 것을 인식하자 바로 돌변, 안 원장에게 ‘사정없이’ 러브콜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안 원장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을 발표, 여야 모두를 머쓱케 하더니 출마시 무소속으로 나가겠다는 중대 발표를 했다.
이후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던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 소식에 안 원장이 그와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정치권에 퍼지면서 여야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지게 된다.
결국 안 원장은 출마를 포기, 박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박 변호사는 ‘제3의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뾰족한 카드’를 찾느라 우왕좌왕한 상태를 지속했고, 민주당은 경선방식을 놓고 지도부간 자중지란의 형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안 원장은 ‘깔끔히’ 출마 포기 선언을 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선언 직후 몇몇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지난 몇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해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선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각종 분석에서 안 원장이 대권의 지형을 흔들고 있는 인물로 한층 두터운 주목을 받게 됐고, 여전히 그의 대선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 한달간이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심기일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심경을 표했다. 여야는 모두 이번 추석을 정국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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