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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권력의지ㆍ돈ㆍ조직ㆍ검증 갖춰야 대선출마한다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2012년 대선 출마 여부다.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지만, 안 원장 본인은 “에이 무슨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기성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국민들이 그를 통해 변화를 갈망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불굴의 권력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발가벗겨지는 검증에 대한 각오 △가족설득 △조직과 자금동원 능력 등의 전제조건을 꼽았다.

강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마저 위기에 빠뜨린 안 원장. 정치 전문가들은 그가 대권을 거머쥐려면 정치인 DNA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선판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정치는 단순히 어떤 사상과 아이디어 정책의 경쟁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때로는 비인간적일 수 있는 권력투쟁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내면적 확신이 있어야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권은 정치세력 간 권력투쟁의 최전선. 권력에 대한 강한 욕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력욕구는 조직 구성으로 이어진다. 기존 정당조직의 품 안으로 들어가거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권을 위해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홀로서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로서기를 시도한 정치세력은 그 수명이 짧았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 외 세력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조직을 가동하려면 돈은 필수.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373억원, 정동영 후보는 399억원을 각각 썼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민자당 후보로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막판에 SOS를 쳐 3000억원을 긴급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은) 돈과 조직의 벽에 가로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은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했다.

백기투항하는 중도 포기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설명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을 평가절하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찬종 변호사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에 대해 “저에게 돈이 있습니까. 조직이 있습니까. 지역기반이 있습니까”라는 말로 대신했다.

세상이 변해 돈과 조직의 중요성이 희석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희망돼지 저금통 사례도 있고,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오프라인 조직의 약세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 아이디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판치는 게 우리네 정치현실이다. 한마디로 상대방 후보를 ‘더 거칠게 다뤄라’다.

본인은 물론 가족을 낱낱히 파헤치면서 후보자를 혹독한 검증대에 세우고, 그러면 가족은 “그만 두라”고 종용하고, 발을 들여놓은 이상 중도포기도 어려워지는 시나리오는 언젠가는 겪어야 할 시련이다. 비난과 폭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놓고 공격하면서 나를 뽑아달라고 외쳐야 한다. 대중은 혐오하지만 언론은 열광한다.

후보가 절대적으로 믿는 선거운동원은 가족이다. 가족 도움없이는 선거전에 뛰어들 생각은 접는 게 낫다. 안 원장도 가족의 만류가 불출마 선언에 한몫했다고 한다.

서거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남긴 말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누가 대통령 될 줄 알았나”. 대권에 오른 자도 자신의 운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대권은 하늘만 안다고 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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