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극장 시장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영화제작자협회(MPA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의 극장매출은 총 318억달러(36조210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중 미국에서의 흥행수입은 106억달러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24억달러(2조3728억원)의 극장매출을 기록했다.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세계 영화 극장매출의 7.5%나 된다.
일본의 영화전문매체 시네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지진 발생 이후 13일까지 지난 주말엔 피해지역인 일본 도호쿠 및 관동 지역의 극장들이 대거 휴관에 들어감에 따라 정상영업을 한 곳은 평소의 6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초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던 극장들은 대부분 휴관을 18일까지 연장했다. 주말 재개관도 17일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속속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과 해일, 원전 폭발 및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수급 차질로 일본 정부가 일정 시간 정전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상영 시간의 단축이나 휴관을 선택하는 영화관이 이어지고 있다. 상영을 하는 곳도 평상시에 비해 관객이 급감했다. 일본 내 운송체계도 큰 타격을 입어 영화의 필름(프린트) 공급도 원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폭발과 여진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취소되는 일정과 상영이 어려운 작품 목록은 계속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특히 인기가 좋은 일본에서 흥행에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메가마인드’는 12일로 예정됐던 시사회 및 개봉도 취소됐고, 이번 주 일본 각지에서 시사회가 잡혀졌던 아카데미영화상 화제작 ‘파이터’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월드 인베이전’ 등도 영사기에 필름을 걸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 극장시장은 전년대비 11%가 성장했으며 중국과 함께 아시아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전세계 흥행수입도 전년대비 8% 커졌지만 올해는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대지진은 너무 많은 것을 흔들어놓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