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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모던록 가고 어쿠스틱 열풍…홍대 인디신, 감성에 빠지다
요즘 홍대 앞 인디 뮤지션에도 담백한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음악이 호조를 띠고 있다. 몽환적인 모던록 스타일이 한동안 유행하다가 최근에는 어쿠스틱한 포크 뮤지션이 늘고 있다.

최근 홍대 인디신에서 부상하는 인디밴드인 10㎝(십센치)는 ‘제2의 장기하’로 불린다. 이들이 내놓은 첫 정규앨범 ‘1.0’에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어쿠스틱 포크 계열의 노래가 꽤 수록돼 있다.

지난 11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통기타를 치며 ‘그게 아니고’와 ‘아메리카노’ 등을 불렀는데, 관객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앙코르’를 외치고 있었다.

인디밴드 게이트플라워즈(Gate Flowers)의 기타리스트 염승식이 조이엄(Joyumn)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솔로음반 ‘흐르른다’는 밴드 때의 록앤롤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서정성으로 인해, 어쨌든 ‘제2의 김광석’으로 떠올랐다. 홍대 인디신에서 ‘제2의 장기하’와 ‘제2의 김광석’이 나오는 건 일단 반가운 현상이다.

2인조 감성 팝듀오 노리플라이와 감성적 어쿠스틱 포크 인디밴드 스탠딩에그(Standing egg), 모던록과 어쿠스틱 포크 양면을 지닌 요조, 재주소년 등도 잔잔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디가 아닌 주류음악 프로듀서 김형석과 계약한 ‘슈퍼스타K 2’의 장재인도 통기타의 감성을 물씬 지닌 홍대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그동안 많이 알려졌던 인디밴드, 예를 들면 크라잉넛, 노브레인, 허클베리핀, 언니네이발관,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브로콜리너마저, 보드카레인, 갤럭시익스프레스, 국카스텐의 음악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흐름이다.


요즘 홍대 앞에서 뜨는 음악의 한 가지 특징은 가사의 의미가 귀에 쏙 들어온다는 점이다. 10㎝의 1집 수록곡 ‘그게 아니고’는 나지막하게 읊조리면서 가사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전달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짝이 나와서 갈아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게 아니고/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라고 말했지만 결국 ‘어두운 밤 골목길을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로 속마음을 보이면서 끝나는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

인디밴드 중에는 노랫말이 잘 안 들리는 노래가 많다. 심하게는 음악은 안 들리고 운동과 주장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인디밴드의 담백하고 어쿠스틱한 흐름은 이런 흐름의 반작용으로도 보인다. 음악이 결국 노래 중심으로, 노랫말 중심으로 돌아온다는 방증이다.

이는 주류 음악계에서 아이돌이 대거 나와 선보였던, 감성이 부족한 전자음 일색의 후크송에서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담담하고 애잔한 아날로그형 감성과 가사의 힘을 선사하는 세시봉 친구들과 고 김광석의 음악이 다시 부상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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