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경기부진에 시달려온 일본의 대지진으로 글로벌 경제에 또하나의 걸림돌이 등장했다.
이번 지진이 관측 사상 손꼽힐만큼 강했고, 세계 3대 경제 대국인 일본의 위상을 감안할 때 최근 리비아발 고유가로 터덕이는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그러나 그리 심각한 상황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59.79포인트(0.5%) 상승한 1만2044.40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불안에 다른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 따르면 영국 런던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이번 강진의 ‘타이밍’이 굉장히 좋지 않다”면서 “이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손실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일본의 의지와 노력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지진이 일본이나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우선 지진이 가장 심했던 곳은 일본 북부의 외곽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산업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경험에서 알수 있듯 자연 재해는 경제에 오랜 기간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요 항만과 산업시설 밀집 지역인고베 대지진은 10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과 5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요 피해 지역에 산업시설이 많지 않아 생산차질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현의 산업구조는 농림업의 비중이 높고, 일본 국내총생산의 1.7%를 차지, 고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지진의 파괴력은 고베 대지진보다 크지만, 지진에 따른 손실액은 그보다 적은 수백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내다봤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리만 베흐라베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진은 일본 재정적자 우려를 가중시키겠지만 심각한 문제없이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세계 경제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를 복구해야 하는 건설 수요가 부진했던 일본 경제에 오히려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자연재해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타격을 주겠으나 복구 및 재건 작업이 일본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인 일본의 일본의 대지진은 유가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변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54달러(1.5%) 떨어진 배럴당 101.1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의 정유시설들은 이날 지진의 여파로 화재가 발생하거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의 원유 수입이 당분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는 한 고유가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화 기자 @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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