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규모8.9의 강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로 인한 피해 상황이 속속 전해지면서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8.9의 지진은 지진 관측 이래 역대 7번째로 강한 대지진이다.
현재까지 일본 경찰이 집계한 사망·실종자는 300~400명 수준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역대 초대형 지진의 경우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지진과 쓰나미 사태는 22만여명의 막대한 희생자를 낳았으며, 작년 1월 진도 7.0의 아이티 대지진에 따른 사망자수도 22만2000여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으로 8만7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05년 파키스탄 강진 당시에는 약 8만6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전문가들은 지진의 인명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진의 강도와 더불어 발생 위치를 꼽는다.
이같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 대지진들의 공통점은 진원지가 대체로 육상의 인구 밀집 지역에 인접했다는 것.
이 경우 진원지부터 거리가 가까워서 충격량이 클 뿐만 아니라 진동이 좌우가 아닌 상하로 흔들리는 통상 직하형(直下型) 지진이 되어 파괴력이 월등히 배가되는 경향이 있다.
세계에서 지진 대비가 가장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도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당시 고베(神戶)와 오사카(大阪) 도심을 강타한 직하형 지진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면서 ‘안전대국’의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반면 이번 도호쿠 지진의 경우 진원지인 북위 38.322도, 동경 142.369도는 가장가까운 육지인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반도와도 50㎞ 이상 떨어져 있어 이들 지진보다는 육상에 전달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변수는 지진에 따른 쓰나미의 발생 여부로, 2004년 인도양 쓰나미는 초강력 지진이 쓰나미로 이어질 때 대재앙을 부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도호쿠 강진에서도 최고 10m 높이의 대형 쓰나미가 미야기현과 이와테(岩手)현 등 도호쿠 지방 해안을 덮쳐 농경지와 도로, 가옥, 차량 등을 삽시간에 휩쓸고 지나가 피해자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2004년 인도양 쓰나미가 연말 휴가철을 맞아 푸껫 등 동남아의 세계적 관광지들로 몰려온 인파를 강타해 희생자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반면, 이번 쓰나미의 피해지역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라는 점은 한 가닥 위안이다.
건물의 내진설계, 대피훈련 등 평상시의 지진 대비 정도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아이티 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흙벽돌 등으로 지어진 비교적 허약한 재래식 가옥과 건물들이 붕괴되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일본 한신대지진 때도 사망자의 80% 이상이 재래식 목조주택에 깔려 사망한 반면 콘크리트 등 현대식 건물의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센다이(仙臺)시에서 200∼300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되는 등 비보(悲報)가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최소화되기만을 일본과 세계는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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