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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 압박 가중…군사적 대응 구체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리비아 민간인 학살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다피가 자산동결 등의 경제제재만으로 유혈진압을 멈출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실질적인 무력 개입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는 1일 “카다피가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을 동원, 자국민을 학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일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 등이 리비아에 비해 압도적인 항공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상당한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지상군 투입 등 다른 개입 방안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도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 호를 수에즈 운하로 이동하고 유사 시 걸프만에 배치한 수륙양용함 키어사지호를 리비아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즉각적인 군사전략 수행에 대비하고 나섰다.

관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승인 여부다. 특히 리비아 무기수입으로 최대 수혜를 받은 러시아가 대 리비아 군사 개입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NATO) 사무총장도 “어떤 행동도 유엔의 위임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도 보스니아 사례처럼 유엔 결의가 있을 때만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피용 총리는 덧붙였다. 아랍연맹 소속 22개 국가의 반대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미국은 1991년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사실상 패전했던 뼈아픈 경험이나 대선 등 국내외 정황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은 일단 극도로 자제된 분위기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1일 “나토 안에서 무력 사용에 대한 의견일치는 없다”면서 미군의 리비아 내 군사행동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끄는 미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군 수뇌부들도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리비아의 방공부대를 파괴하는 작전을 요하는 복잡한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매우 복잡한 작전”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유엔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헤이그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도 이 같은 조치가 분명히 법적으로 정당성을 가진 예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각 국의 입장 차가 부각되고 있지만 결국 유혈진압을 차단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기에 군사개입이 불가피기 때문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른 시기에 중대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이 오는 11일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중동 아랍권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긴급 정상회의 이전에 리비아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적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11일 회의에서는 ▷ 군사적 개입 중간 점검 ▷ 제재 수위와 대상자 확대 여부 ▷ 대 중동 외교정책 방향 ▷ 북아프리카 난민 유입 공동 대처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 총회는 1일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위반’을 이유로 리비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자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사람들은 인권이사회에 설 자격이 없다”면서 “나머지 경제 공동체들과 협력해 카다피를 경제적ㆍ군사적으로도 조일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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