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카이머 PGA 1위 등극
웨스트우드 2위·도널드 3위
우즈·미켈슨 시대 저물어
애리조나 사막에 ‘유럽발 태풍’이 몰아쳤다. ‘저머네이터(독일의 터미네이터)’ 마르틴 카이머가 만 26세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잉글랜드의 루크 도널드(34)는 그런 카이머를 누르고 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우승을 차지하면 세계랭킹 3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일찌감치 미국선수들이 3,4위전으로 밀린 상황에서 벌어진 유럽선수들 간의 결승전은 지난해 시작된 유럽골프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도널드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 도브 마운틴의 리츠칼튼 골프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가 확정된 마르틴 카이머를 2홀 남기고 3홀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세계 최강으로 자부하던 미국골프계는 영국과 독일선수의 결승전을 안방에서 지켜봐야하는 씁쓸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써 내달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카이머가 1위, 웨스트우드가 2위, 도널드가 3위를 차지할 예정이라, 세계랭킹 ‘톱3’을 유럽이 모두 휩쓸게 됐다. 1회전에서 탈락한 3위 타이거 우즈와 2회전에서 탈락한 5위 필 미켈슨은 5위 이하로 밀려날 판이다.
타이거 우즈 이후 역대 두번째로 어린 나이에 세계랭킹 1위가 된 카이머는 유럽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다.
1984년 12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난 카이머는 2005년 프로로 전향해, 2006년 200위 내에 진입했고, 2008년부터 2승-2승-4승을 거두며 유럽투어를 평정했다. 지난해에는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타이틀까지 가져갔다. 랭킹도 수직상승해 2008년에는 25위, 2009년 13위, 지난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딱 꼬집을만한 장기는 없지만 특별한 약점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카이머라는 신성이 웨스트우드를 밀어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유럽골프는 자존심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11월 1위에 올랐던 웨스트우드는 ‘시한부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거스르지 못했다. 2년 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1위가 되긴 했지만, 올시즌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에서도 111위에 머무는 등 황제로선 함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어쨌든 카이머의 등장으로 유럽은 우즈와 미켈슨이라는 미국의 쌍두마차 시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물론 카이머가 아직은 우즈만큼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랭킹 상위권은 당분간 혼전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 중심은 여전히 유럽일 가능성이 높다. 1~3위를 비롯해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폴 케이시(잉글랜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언 폴터(잉글랜드) 등이 톱10 언저리에 포진하고 있으며, 몰리나리 형제(이탈리아), 로베르트 칼손(스웨덴) 등 유럽 정상권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