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1964)’은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만한 단편소설이다.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이 구절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무진에 가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무진기행’에 대한 감상이야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박지선에게는 특별했다. 박지선 역시 고교시절 교과서를 통해 ‘무진기행’을 처음 접했지만 대학시절 고시 공부를 하며 친구의 추천으로 다시 펼쳐보게 됐다고 한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박지선은 연예계에서 소위 말하는 ‘엄친아’로 유명하다. 개그 본능을 감추지 못해 트위터에서는 140자 안에 자조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진한 웃음을 주는 만큼 활자와는 누구 못지 않게 친하다. 이러한 박지선은 네티즌과 함께 읽고 싶은 ‘희망의 책’으로 ‘무진기행’을 추천했다. 삼성그룹 블로그 ‘삼성이야기’(www.samsungblogs.com)를 통한 것이었다.
박지선이 가장 사랑한 ‘무진기행’의 한 부분이다. 이 인상적인 문장들은 ‘무진기행’을 읽어본 작가들이라면 한 번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일 수도 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온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박지선은 이 부분에 대해 “대학교에 갓 들어왔을 때 느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꼭 무진의 안개처럼 느껴져 공감이 됐다”고 전했다.
박지선이 희망의 책으로 ‘무진기행’을 추천하게 된 것은 삼성그룹의 매일매일 책나눔 캠페인(저소득층 어린이, 고아원 등 소외계층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공익캠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박지선은 희망의 책을 기부할 장소로 충남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인 금강애린원을 선택했다. “어린 친구들이 책을 읽으며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기부장소 선정의 이유를 덧붙였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