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의 이면에는 ‘카이로 더비’의 피의 역사 역시 도사리고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 업계 전문지 월드풋볼인사이드는 최근 카이로 거리의 시위 물결 속에 이집트 축구 훌리건들의 반목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중심에는 수도 카이로에 연고를 둔 두 클럽, 알 알리와 알 자멜레크가 있었다. 이들은 이집트 1부 리그에서 늘 정상을 다투는 역사의 라이벌. 둘이 맞서는 ‘카이로 더비’의 역사는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70년대에는 격앙된 팬들 간의 유혈 충돌로 리그 전체가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도 있었다. 알 알리의 축구팬은 약 5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축구와 이집트 혁명의 상관 관계는 최근 타히르 광장에서 자말레크의 호삼 하산 감독과 공격수 미도, 전직 골키퍼 나데르 엘사예드가 목격되면서 논란거리가 됐다. 자말레크 측은 “훈련을 이탈하는 선수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자말레크는 기득권층에 기반을 둔 친(親) 무바라크 계열로, 알리는 반(反) 무바라크 계열로 분류된다.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정치색까지 덧입으며 타히르 광장에 인파가 가중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집트 축구협회는 리그 경기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국면이 안정될 때까지 리그 경기를 중지할 것을 권유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웃나라 알제리와 튀니지까지 홍역을 치르면서 다음달 열릴 아프리카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정상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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