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우자 따로, 직장에서의 배우자가 따로 있다? 케이블 채널 tvN ‘시사랭크쇼 열광’이 9일 직장에서 실제 배우자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를 지칭하는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를 놓고 열띤 토크쇼를 열었다.
오피스 스파우즈란 직장내에서 마치 남편과 아내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성 동료를 일컫는 단어다. 우리말로는 업무상 부부, 사무실 배우자 정도로 번역된다. 사내 연애와의 차이는 이성적 감정의 유무다.
예를 들면 ‘놀러와’에서 마치 다정한 부부같은 컨셉으로 토크를 이끌어가는 유재석과 김원희, 라디오 프로그램을 함께 오래 진행하고 있는 강석&김혜영, 멀더&스컬리, 부시&콘돌리자 라이스 등이 오피스 스파우즈에 해당될 수 있다.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실제로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냐’는 질문에 10명중 3명이 “있다”고 답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클래지콰이의 호란은 “오피스 스파우즈는 장점이 많다. 내 경우엔 알렉스가 될 수 있겠다. 알렉스랑 감정이 있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알렉스도 나를 여자로 안본다”면서 “오피스 스파우즈는 생산적인 관계라 생각한다. 동료로서 든든한 내 편을 갖는게 유쾌하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태훈도 “야근과 엄청난 업무량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직장생활은 가정보다 더 우위의 가치를 점하고 있으니 오피스 스파우즈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정이 직장에 존재하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객원 코멘테이터로 참여한 탁현민 교수는 “정작 두 사람은 문제가 없는데 주위에서 이를 문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여성은 남자를 동료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남자는 여성을 성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면 오피스 스파우즈가 연인으로 발전할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은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다를 것이다. 남자는 여자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으면 절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면서 “만약 내 남편에게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놨다.
메인 MC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오피스 스파우즈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공통된 관심사가 있으며, 서로 고민과 업무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나에게 오피스 스파우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내 배우자나 애인은 오피스 스파우즈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나도 내가 여성과 함께 업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교수인 아내의 연구실로 식후 커피를 마시러 오는 남자교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남-남,여-여의 동성관계는 갈등과 경쟁관계가 되기 쉽지만 이성은 상대적으로 편하다. 하지만 오피스 스파우즈는 동료와 연인, 그 경계선에 있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이날 토크는 아무리 친하고 서로를 잘 알아도 오피스 스파우즈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라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사랭크쇼 열광’의 이날 녹화는 오는 13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