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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당국·지자체에 쏟아지는 비난

사전방역보다 사후처리 급급…2차피해만 키워

백신접종 이후 의심신고·살처분 되레 3배 급증


구제역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혹한 속에 한 달 넘게 방역 작업을 벌이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오히려 확산되면서 방역 당국의 의사 결정과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방역 당국의 역할론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양성 판정 결과를 기반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향후 발생 가능 지역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방역 당국의 역할이다. 하지만 110건이 넘게 구제역이 발생하면 이미 역학관계의 추적은 무의미하다. 방역 당국이 차단 방역보다는 사후 처리에만 집중했다는 것이 비난받는 이유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밀한 판단 없이 소들을 파묻는 데에만 급급하면서 매몰지 침출수와 악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시, 경북 영천 등에서는 매몰지의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도로나 시설로 흘러들어 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백신은 약 2주간의 잠복 기간을 거쳐 항체 형성과 함께 효과를 발휘한다. 정부 계획대로였다면 이번주부터는 구제역 의심 신고와 발생이 줄어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서도 구제역은 10건 이상 발생하면서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충청도로 확산 양상과 함께 오히려 잠잠해져야 할 강원도와 경북도에서도 추가 발생이 이어졌다. 백신 접종으로 오히려 일간 의심 신고와 살처분 건수만 3배 이상 늘어나는 등의 모습도 나타난다.

전국단위축산단체 고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집적도가 높은 우리의 축산 현실을 감안했을 때 특정 지역만 접종하는 ‘링 백신’은 적합하지 않았다”면서 “애초에 전국 단위의 접종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첫 접종 시기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나 최초 접종 대상을 소로 제한한 것도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전염력이 소의 3000배인 돼지에서 이미 10건 이상이 확진된 상황에서도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것이 추가 확산의 빌미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방역 자체도 여전히 허술하다는 평가다. 경기의 모 지자체는 애당초 지난달 27일에 헬기를 이용한 항공 방제를 실시하려다가 기온과 비용 문제로 이를 연기, 지난 3일부터 실시했다. 약 10회나 실시했지만, 방제 시기를 놓친 탓에 결국 인근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최대의 변수로 꼽고 있다. 인구이동이 많은 설 연휴 전에 뚜렷한 추세 변화가 없으면, 영국과 대만 등처럼 구제역이 반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열흘에서 2주간은 의심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야 구제역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백신 접종의 효과가 다음주까지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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