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시프트’가 대적중했다. 한국은 새 심장을 단 듯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1 아시안컵 C조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구자철(22ㆍ제주)이 두 골을 몰아 넣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서의 제 역할을 십분 소화해냈다.
한국은 초반부터 바레인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박지성의 슈팅이 나왔고 24분에는 구자철이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연달아 제친 뒤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려 바레인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39분 첫 번째 골이 터졌다. 기성용이 상대 진영 복판에서 날린 슈팅이 구자철에게 향했고, 구자철이 페널티지역에서 이를 받아 슈팅. 공은 상대 수비수 마르주키에 맞고 떠서 쇄도하던 골키퍼를 넘겨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6분 만에 추가골이 나왔다. 또 구자철이었다. 차두리가 페널티지역 왼쪽 바깥에서 오른발로 때린 ‘대포알’ 슛을 상대 골키퍼 만수르가 힘겹게 쳐냈고 공은 달려들던 구자철 발끝에 걸려 골망을 갈랐다.
계속 리드하던 한국은 후반 막판에 잠시 긴장된 순간을 맞았다. 후반 37분 곽태휘가 상대 알다킬의 돌파를 막다 페널티지역 내에서 반칙 선언과 함께 퇴장됐다. 이어진 페널티킥에서 바레인 아이쉬가 왼발로 한국 골망을 갈랐다.
구자철은 이날 원톱 지동원의 2선에 서서 빠른 몸놀림으로 ‘맞춤 패스’를 찔러대다 기회가 오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직접 슈팅에 가담했다. 순간 판단으로 공간을 꿰뚫고 점하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 기용은 ‘구자철 시대’의 도래를 조심스레 예감케 했다.
구자철은 지난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였지만, 동갑내기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건너가며 그 후광에 가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K-리그에서 제주의 2위 질주를 견인하며 ‘국내파 최고의 미드필더’로 급부상했다. 패스와 슈팅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전천후 플레이어. 박주영의 부상 결장으로 아시안컵에서 특별한 자리를 얻은 뒤 자기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며 대표팀의 주역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그는 스위스, 러시아 등 유럽 무대에서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도 유럽 빅리그의 스카우터들이 대거 몰려왔다. 동방의 숨은 진주를 캐기 위해서다. 구자철이 우랄산맥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편 같은 조의 호주는 인도를 4-0으로 대파했다. 팀 케이힐(에버턴)이 두 골을 넣었다. 한국은 호주와 14일 밤 2차전에서 맞붙는다. 이기면 8강행이 확정된다. 임희윤 기자/i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