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박영훈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소비자 가전쇼(CESㆍConsumer Electronics Show) 2011’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LG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로 ‘스피드’를 꼽았다. 구 부회장은 “빠르게 준비하고 강하게 실행하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며 “이같은 독한 DNA를 심는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위기극복이 화두인 LG전자 뿐 만 아니라 삼성전자, 나아가 올해 전자산업 경영의 최대 화두와 관련이 커 보인다.
CES 2011에서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영진들은 다양한 말들을 쏟아 냈다. 특히 이들은 미래 급변하는 전자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스피드’와 ‘강한 추진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정과 도전정신,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역량 축적 등 자사만의 경쟁력 있는 DNA를 심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선 구 부회장은 “기본이 많이 무너졌다”며 “남보다 앞서 일찍 준비하고, 독하게 실행 할 것”이라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LG전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시장 변화를 못읽고,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진단이었다. 그는 또 “(휴대폰은)올해도 어렵겠지만, 2~ 3년후를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CEO들 역시 스피드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삼성 경쟁력의 중요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이건희 회장님은 지고는 못 참는 DNA를 가진 분”이라며 “지난해 실적이 그런대로 좋은 편이었지만 자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 나가자는 게 회장님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 회장님의 도전정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빠른 시일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선두업체들을 따라 잡을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스피드’를 꼽았다. 신 사장은 “ 괄목할 만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임직원들의 열정과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른 CEO들은 미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보완, 경쟁사들이 따라 오지 못하는 자사만의 DNA를 심는데 주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단순히 하드웨어만 잘 만든다고 잘 팔리는게 아니고 총체적인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드웨어도 제값 받고 팔수 있다”며 “(스마트폰) 준비가 늦었다고 지적받고 있는데, 경쟁사와 비교하면 이 분야에서 최고 선두에 서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으며 장점은 살리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HA사업본부장 이영하 사장은 “20년간 임직원들이 죽어라 일하면서 쌓인 LG만의 역량이 있다” 며 “이같은 노하우와 역량의 차이는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CEO들의 잇단 발언은 경쟁력의 요체인 스피드라는 원칙을 지키고,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도전의식과 창의적 개척을 강조한 것을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CES에서 쏟아진 화두를 들여다보면 올 한해, 나아가 수 년후의 전자산업 경쟁력이 보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었던 전시회”라고 말했다.
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