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다시 바뀌게 됐다. SBS ‘시크릿가든(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의 스위치 코드는 이 하나를 위해 그 많은 비밀을 품고 달려왔는지 모른다. ‘자의로’ 몸을 바꾼 주원은 떠났다. ‘깨어난 라임은 주원의 몸으로, 주원은 누워있는 라임의 몸으로’ 이렇게 뒤바뀌게 됐다.
주말 내내 이 인기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폭풍 눈물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주원은 라임을 데리고 빗속으로 갔지만 말이다. 이 폭풍 눈물의 근거에 그들의 ‘바람같은 사랑’이 그려졌다. 또 지워진 기억들이 붉은 꽃잎이 되어 날렸다.
▶ ‘김똘추’가 ‘김주원’에게=8일 드라마는 내내 울었다. 라임은 주원의 어머니 분홍여사 앞에서 울었고, 주원 앞에서 “왜 비싼 과일을 사오라고 하냐”며 울었다. 라임은 떠날 결심을 하지만 그 결심을 스스로 지켜낼 시간도 주지 않고 라임은 병원 침대에 곱게 누워있다. 주원은 며칠간 병상을 지키지만, 라임은 눈을 뜨지 않는다. 그리고 하게 된 결심,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물거품이 되기로 한 번씩 결심을 하게 됐다. 비가 오면 영혼이 바뀌는 두 사람, 이제 주원은 직접 비를 찾아간다.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약자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장의 편지를 남긴 채였다.
“우리가 걸린 이 마법이 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뜻밖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행복하게 웃어줘. 내가 들을게”라고 '김똘추가 김주원에게 보내는 편지'는 시작했다. 이내 주원은 주원의 몸에 들어온 라임의 영혼에게 말한다. “내가 누웠던 침대에 네가 눕고, 내가 보던 책들을 네가 본다면 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함께 있는 걸로 치자. 그 정도면 우리,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라고. 눈물로 쓴 편지였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바람처럼 흘러갈 때 시청자는 눈물을 흘렸고, BGM으로는 ‘그 남자’가 흘렀다. 공개되자 마자 차트 순위 1위를 차지한 그 남자 현빈의 ‘그 남자’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현빈의 미성이 눈물에 섞여 흘렀다.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던’ 그 바람같은 사랑을 품고 두 사람은 스스로 뒤바뀐채 눈을 뜬다.
▶ 마법을 풀 시간ㆍ기억을 지울 시간=영혼이 바뀐 현실에 라임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동생을 잃은 오스카는 눈을 감고 있는 라임의 주원에게 “대체 그 사랑이 얼마나 어른이길래 죽을 각오까지 하느냐”고 한다.
이내 꿈은 두 사람을 같은 꿈 안으로 이끈다. 이 꿈은 라임의 사고가 있던 아침, 아영(유인나)의 꿈이기도 하다. 하얀 테이블보가 덮인 곳에 라임과 주원은 마주앉는다. 또 한 사람, 라임의 아버지와 함께다. 라임의 아버지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이제 ‘마법을 풀 시간’이라고. 눈을 뜨니 너무도 간단하게 마법은 풀렸다. 마법을 풀 시간이기도 했으나 이는 기억을 지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그 시간에는 ‘너는 나의 봄이다’가 함께 했다. 흩날리는 붉은 장미 꽃잎도 함께 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주원은 21살이 됐다. 주원의 기억에는 라임이 없다. 잃어버린 사고 당시의 기억을 찾은 대신 그 이후의 기억은 지웠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라임은 아프지 않다. 라임은 주원이 무엇을 해도 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주원도 괜찮다. 이 고고한 사회지도층은 현실 수긍이 빠르기 때문이다.
‘서로를 알아보고 다가갔던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이 될지는 몰랐지만 이들은 결국 서로를 다시 알아보게 될지 시청자들의 온 관심은 여기에 쏠려있다 . 이제 ‘시크릿가든’은 마지막 두 회 방송분만을 남겨두고 있는 탓이다. 주말 내내 라임의 사고부터 스위치 코드, 거기에 기억상실까지 담아낸 ‘시크릿가든’은 울다 웃다 다시 설렘으로 돌아갔다. 이 많은 것들을 120분 동안 담아낼 때 드라마는 또 하나의 마법을 풀었다. 시청률 마법이다. 시청자를 폭풍 눈물 속으로 이끌었던 드라마는 28.1%(8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30.6%(9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침내 30%라는 벽의 마법을 넘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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