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스마트아이돌에 빠진 지구촌
동방신기·빅뱅·카라 등아이돌스타 3세대 주도
가요프로 실시간 동시시청
드라마는 인터넷 다시보기
SNS로 스타들과 소통
한류의 생산·유통·소비까지
첨단미디어 타고 대변혁 가속
중국 상하이의 대학원생인 이바인 루는 한국의 아이돌 보이밴드 2AM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 가장 즐겨 시청하는 TV드라마는 하지원, 현빈 주연의 ‘시크릿 가든’, 예능프로그램은 ‘우리 결혼했어요’다. 태국 방콕 스리파툼 대학의 보라수앙 두앙친다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한 여대생이 ‘미소’라는 한국 이름을 새로 갖게 됐다며 이 학생은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요새 우리 젊은이들이 이처럼 한국의 모든 것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이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휩쓸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소개한 사례다.
지난 1999년 점화해 10년을 넘긴 아시아의 ‘한류(韓流)’ 열풍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이름만 빼고 다 바뀌었다. 생산-유통-소비의 주체와 방식이 모두 변했다. 한류의 중심은 배용준, 장동건, 원빈, 이병헌 등 TV드라마 출신의 남자 배우들로부터 춤과 노래, 연기까지 다재다능한 가요계의 젊고 어린 아이돌 스타로 다변화됐다. 일본 중년 여성들로 대표되던 한류의 팬층도 10~20대와 중년의 ‘아저씨’들로까지 확대됐다. 한류 미디어도 첨단화했다. TV와 스크린, 음반 등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던 한류는 이제 위성과 인터넷, 휴대폰 등 유ㆍ무선 네트워크와 결합했다. 그 결과 한류는 국경과 시차를 넘어섰다. 첨단 미디어와 쌍방향, 실시간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스마트’와 춤, 노래, 연기에 능한 젊은 스타들을 뜻하는 ‘아이돌’이 신한류의 핵심이다.
3세대 한류스타들을 꼽자면 동방신기와 빅뱅이 가장 앞섰으며 그 뒤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걸그룹들이 이어 최근 폭발적인 스타덤을 누리고 있다. 슈퍼주니어, FT아일랜드, 씨앤블루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로는 장근석, 이준기, 이승기, 한효주, 강지환 등이 배용준, 장동건, 원빈, 이병헌, 송승헌, 소지섭, 권상우 등 기존의 한류스타와 함께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의 인기 판도와 다르지 않게 된 것은 ‘실시간’ 교류를 가능하게 한 첨단 미디어 덕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국내 가요프로가 위성TV를 통해 동남아 일대에 한국과 시차없이 방영되고, 인터넷 ‘다시보기’는 어제 한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에피소드를 오늘 해외팬들과 나눌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 방영된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견본시에 나와 매매협상을 통해 해외 각국의 방송국이나 에이전시 등과 수출ㆍ배급계약이 맺어지고 이것이 다시 현지에서 편성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해외 시청자들을 만나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파 속도다.
한 지역의 스타가 국경을 넘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도 줄거나 없어졌다. 한국의 가수가 해외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음반을 발표할 때 필요하던 거대한 규모의 프로모션(홍보)도 사실상 필요없게 됐다. 유튜브에 올려진 뮤직비디오를 즐길 권리는 한국 팬이나 일본, 미국 팬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소녀시대가 일본 땅을 밟기 전 현지에는 벌써부터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신한류의 중심인 아이돌 스타들은 기존 멤버 개념이 아닌 ‘유닛(unit)’으로 활동한다. 그룹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고, 각자의 장기에 따라 춤, 가창, 연기,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며 때론 그룹 내 일부와 짝을 지어 음반을 발표하기도 한다. ‘멀티미디어’에 맞는 ‘멀티플레이’ 전략이다.
기획사는 ‘소녀시대’를 한 개의 그룹으로 훈련시켜 내놓았지만, 개인 혹은 다양한 조합으로 이들 ‘유닛’이 공연, TV쇼,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지컬 등에 출연할 때 결국은 수십, 수백개의 ‘소녀시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팬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아이돌의 경제학’이라 부를 만한 한류의 새로운 흥행수익모델이다.
헤럴드경제는 ‘스마트 아이돌’이 이끄는 신한류를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①뉴미디어, 아이돌의 글로벌 경쟁력 ②아이돌의 경제학 ③지속가능한 한류 등 세 차례에 걸쳐 신한류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할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