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남북관계 패러다임 변화와 통일경제 시대 준비
北美관계 정상화 정부가 주도민간 사업 정치적 활용 금물
천안함사건 등 경협과 연계 지양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검토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 북한의 도발로 교착 상태는 완화될 기미가 없다. 남북간 경제협력도 유명무실해졌고 금강산ㆍ개성 관광은 문닫을 지경이다.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을 준비해 온 헤럴드경제는 그 네 번째 주제로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변화와 통일경제 시대의 준비’를 정하고 그 해법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강경일변도인 현 정부의 대북관에 유연성이 가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어떻게 보십니까?
▶장달중 서울대 교수(이하 장 교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서도 보았듯 북한의 체제엔 의외로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 정부 당국자들의 대북인식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ㆍ체제 교체)로 보이지만 미국 보수주의자들조차도 북한의 체제 개방 및 변화가 목표이지 레짐 체인지는 절대 안된다고 합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하 이 전 차관) = 남북 교착 상태는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예견된 것입니다. 조만간 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통일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기도 힘듭니다. 지금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하면 붕괴시킬까라는 생각인 듯 합니다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제는 북방이라는 더 큰 틀로 접근방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 사회 = 남북 경협의 단절과 축소는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겠습니까?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이하 조 교수) =남북경협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모호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해야하는 부분이 있고 민간에 맡겨야 될 것이 있는데 이것이 다 모호해지고 정부가 다 주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 간 갈등이 생기면 기업들은 손해를 봅니다. 앞으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경협은 결국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정상국가를 만드는 수단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 방식으로 진행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전설비를 지원한다면 공장 개보수 지원과 관련된 우리 기업들이 가고 공장설비 이용하고 대신 3통문제에서 양보를 받는 등 무엇인가 하나를 여러가지로 엮어 가야 합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연중 기획‘ 성숙한 세계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의 네 번째 세미나가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김주현(오른쪽부터) 현대경제연구원장의 사회로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참석했다. |
-사회 = 남북 경협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장 교수 = 남북 경제 협력의 프레임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지요. 정부가 남북경헙을 통일 경제 프레임 속에서 볼 때는 관ㆍ민 분리 자체가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의 산업 발달 과정을 보면 정부가 특혜 주지 않으면 기업이 따라오질 않았습니다.
- 사회 =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의 대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겠습니까?
▶장 교수 = 결국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북한이 일본,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해야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과거 동독 및 동유럽도 서방과 교류가 이뤄져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국교가 이뤄지면 북한도 안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 조 교수 = 김정은 체제는 내년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선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선군에서 이제는 발전과 성장 논리를 내세워야 하는데 그것은 건 개방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지속적으로 북한에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신감있게 북한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 혼자 힘으로는 힘들고 북ㆍ미관계 정상화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중계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 전 차관 = 제일 중요한 것은 대북전략을 어떻게 설정하냐 입니다. 현재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냐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초안을 만들고 미국과 중국이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사회 = 최근 3년간 남북 간의 대화가 없었습니다. 교착 상태의 해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 조 교수 = 의외로 북한 경제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또 북ㆍ중 관계도 심화되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대북관계가 복잡해지는 셈입니다. 과거의 한ㆍ미공조 시스템에 중국이라는 플레이어가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대북관계에서 주도권 갖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교착 상태의 돌파구 중 하나로 우리가 나서서 북ㆍ미관계 정상화를 주도하며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장 교수 = 우리 정부의 대북 압박도 분명 효과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거둬들여야 하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압박이 학습 효과를 발휘하려면 유연성도 겸비해야 하는데 출구를 막아버렸습니다.
▶이 전 차관 =대화채널은 상시 열려있는 게 훨씬 좋습니다. 대화없는 것도 전략이라는 것은 남북 관계 전진 기회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 사회 =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을 어떻게 해야합니까?
▶조 교수 = 북한에게는 중국이라는 대안이 있어서 경협을 끊는다고 우리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민간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강경이든 유화든 민간차원의 경협조차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각을 버려야 합니다
▶장 교수 = 경협이 활성화되고 북한의 경제가 호전될수록 북한의 내부 엘리트 간 갈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도 민주화 바람 일어난 때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넘어간 시기였습니다. 북한 체제 연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섹터 확대에 경협 단절은 상당한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되살리느냐가 과제입니다.
▶이 전 차관 = 경협을 천안함 사건 등과 연관시키는 방식은 좋지 않습니다. 우선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검토하는 것이 경협 활성화에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통이 큰 정책 전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리 =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사진 = 안훈 기자/rosedale@ 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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