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적자인데” 보험료 인상 우려
폭우가 쏟아진 21일 오전 11시께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한 도로에 차량이 고립돼있다. 인근을 순찰하던 소방대원들은 침수된 차량을 발견해 차 안에 있던 운전자를 구조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손해율 상승으로 적자 위기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정비수가 상향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업계는 올해 하반기 손해율이 예년과 같은 추세를 보이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정비수가 논의가 재차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회의에서는 자동차 정비업계는 8%, 보험업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정비업계는 2023년 임금인상률이 11%,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인 점을 고려하면 8%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정비수가는 보험에 가입한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의 일종이다. 2020년 법 개정으로 손보업계와 정비업계가 협의를 통해 공임비를 결정하기로 한 이후 매년 올랐다.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보험사 지출이 늘어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통상 정비수가 4% 인상은 보험료 1% 인상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정비수가 인상률은 3.5%였다.
손보업계는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를 올려야할 판인데 정비수가까지 인상되면 보험료 인상 부담이 더 커진다고 우려한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시간당 공임 인상 여력이 없다”라며 “양쪽 업계가 적당한 수준으로 타협하겠지만, 인상 위기인 자동차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4개사 단순 평균) 86.6%로, 작년 동월(82.0%) 대비 4.6%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들어 월별 손해율은 1월부터 전년 대비 1∼3%포인트 상승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달에는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80%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4개사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계 손해율로 따져보면 81.1%로 작년(78.2%) 대비 2.9% 올라 적자 구간이다.
하반기에는 겨울철 폭설·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상승한다. 가을 행락 철에 따른 자동차 사고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손해율이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손해율이 보험료 인상 구간까지 접근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했던 점도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2022년 4월 보험료를 1.2~1.4% 인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2~2.5% 내렸다. 수입인 보험료가 줄어들었는데, 지출인 보험금이 변하지 않으면 손해율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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