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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중계기 색출하는 ‘검은車’…예비 경찰관들 사로잡은 ‘경찰의 미래’[르포]
23일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 가보니
로보틱스·대테러·수사 신기술 망라
오는 26일까지 송도 컨벤시아에서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 등장한 무인순찰 로봇들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이거 다 우리가 나중에 쓸거잖아.”

2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을 찾은 중앙경찰학교 교육생들은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가장 먼저 그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사로잡은 건 SNT모티브사(社)의 부스. 매끈한 생김새의 권총과 소총 등 갖은 총기류가 줄지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저위험 권총(STRV9)은 경찰의 제식 권총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앳돼 보이는 교육생들은 기존 경찰 제식권총(38구경 리볼버)보다 가볍고, 살상력을 10분의 1로 낮춘 권총의 빈 방아쇠를 당겨보면서 ‘가볍네’, ‘왠지 잘 맞출 수 있겠다’라고 했다.

저위험권총을 제작한 SNT모티브의 부스. 예비 경찰관들이 몰려 총기류를 살펴봤다. [박준규 기자]

충격을 흡수하는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무게도 기존 장비보다 1kg 가량 줄인 경찰 진압용 방패도 교육생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개량된 경찰 근무조끼 등 피복들도 인기를 끈 부스였다. 이들은 시범 교관의 안내를 받아 방패에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보기도 했다.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김모(24) 교육생은 “나중에 현장 배치받아 근무하면 직접 사용할 장비들이라 더 관심이 갔다. 워낙 새로운 과학기술을 접목한 것들이 많아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2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에 온 중앙경찰학교 교육생들이 최신 기동대 방패를 시험해 보고 있다.
경찰 기술의 미래 엿보다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박준규 기자]

올해로 6번째 열리는 ‘국제치안산업대전’은 치안 기술 관련해선 명실상부 국내서 가장 권위있는 행사다. 경찰청과 인천광역시가 함께 주최했고 국내외 200여곳의 기술기업이 참여했다. 1만4000여명이 사전등록을 해둔 상태. 현장에서 등록하고 참석하는 관람객들까지 감안하면 흥행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각 참여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접목한 수사·감식 장비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주일 선임연구원이 ㈜지오투정보기술 등과 개발한 ‘긴급구조 정밀탐색 기술’은 돋보이는 기술 가운데 하나였다.

휴대전화의 위치정보(GPS) 신호가 약하거나 끊기더라도 와이파이 등 다른 무선 신호를 활용해 실종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경찰은 이동통신사로부터 스마트폰 무선 신호 리스트를 제공받은 뒤, 송신기로 해당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내며 사람을 수색할 수 있다.

실종자 등을 수색할 때 경찰이 사용하는 송신기 [박준규 기자]

검은색 ‘보이스피싱 추적 차량’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스타리아 승합차의 안팎을 개조했는데, 지붕에 솟은 정사각형 모양의 탐지장치가 인상적이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해외에서 국내로 걸어온 전화를 한국 휴대전화 번호로 조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콜중계기(심박스)를 악용한다. 카이스트(KAIST)는 중계기 등에서 나오는 무선 고주파(RF)신호를 탐지해 송신 위치를 찾아내는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온품, SK텔레콤 등과 추적 기술 고도화를 하고 있다. 이 차량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차량이 이동하면서 불법 중계기의 위치를 파악해 낼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단말기의 고유식별번호(IMEI)까지 변조하기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정확한 탐지가 어려웠다”며 “이동통신 제어평면 프로토콜을 활용한 원천기술은 보다 효과적으로 콜중계기 추적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추적 차량. 이동하면서 보이스피싱 일당이 쓰는 불법 변작기(콜중계기)를 색출한다. [박준규 기자]
자율 순찰로 범죄·사고 감지…경찰 로보틱스 기술
롯데이노베이트가 개발한 보안·안전 로봇 두루아이 [박준규 기자]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Spot) [박준규 기자]

로보틱스 기술도 치안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360도 전방위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세종시에서 24시간 자율주행 순찰, 화재 감지 기능을 맡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보안·안전 로봇 두루아이(dooroo eye)를 선보였다. 살아있는 동물을 연상시키는 스팟의 외양과 달리 두루아이는 바퀴가 4개 달린 소형 무선 자동차 형태다. 흡입식 가스센서, 열화상·실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위험 장소에서 사람 대신 순찰 업무를 맡을 수 있다.

가상·확장현실(VR·XR)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치안 장비와 기술도 여럿 등장했다.

네비웍스가 선보인 경찰 확장현실(XR) 훈련센터 체계가 대표적이다.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특수차량에 확장형 훈련장을 구성해, 경찰관들이 각종 시나리오(교통사고·흉기 난동 등)에 맞춰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수 있게 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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