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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약 먹이고 50명이 강간하게 한 남편…"죽진 않았다"는 시장 발언 뭇매
도미니크 펠리콧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프랑스에서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10여년에 걸쳐 수십명의 남성들이 강간하도록 한 남편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도시의 시장이 사건에 대해 실언을 해 지탄을 받고 있다.

프랑스 남동부 마장의 루이 보네 시장은 지난 10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연루된 아이도 없고 여성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가족은 힘들겠지만 삶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인터뷰는 즉각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누리꾼들은 시장에 대해 "성범죄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 "수치스럽다" 등의 의견을 쏟아내는 한편, 시장직 사퇴 요구까지 했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시장은 19일 성명을 내 "제 발언이 비열한 범죄의 심각성을 최소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는데 그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9월 초 재판이 시작된 이후 6000명이 사는 우리 지역은 끊임없이 언론에 압박받았다"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다는 부담에서 나온 신중치 못한 발언에 상처 입은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 끔찍한 이야기는 우리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하지만 저는 이 상처가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은 고통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장에 사는 도미니크 펠리콧(71)은 2011년 7월∼2020년 10월 아내 지젤 젤리코트(71)의 술잔에 몰래 수면제와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모집한 남성은 총 72명으로 소방관, 전직 경찰관, 군인, 공무원, 언론인, 배달원, 교도관 등이었으며, 총 92건의 성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 이들의 연령대는 26~73세로 다양했다. 다만 그들 중 실제로 재판에 넘겨진 이는 51명인데, 가해자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고인 중 일부는 수사 중 석방됐으며 도미니크를 포함한 18명만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

도미니크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남성들에게 향수나 담배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하고 차를 집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미니크가 운영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성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범행을 거부한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도미니크의 범행을 신고하진 않았다.

범행에 가담한 남성들은 도미니크의 부인이 잠든 척 하는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했다며 도미니크에게 속아서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행을 제안한 건 도미니크였기 때문에 자신은 강간범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도미니크의 범행은 그가 2020년 9월 동네의 한 수퍼마켓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그의 USB에서는 아내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물들을 포함해 2만 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인 지젤은 약물에 취해서 강간당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자녀들 역시 어머니가 약물에 취해 기절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치매나 신경 장애를 의심했다고 한다.

도미니크는 3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주변인들은 도미니크를 평소 인자한 할아버지이자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좋은 친구로 여겼다가 이번 일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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