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즉흥적 쇼맨십’...정책 토론 준비 박차
모두발언없이 진행, 청중 없고 마이크 음소거
낙태권·이민자·물가 등 핵심 쟁점들 총망라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
미국 대통령 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전 세계의 관심 속에 민주당 후보인 카멀리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이 10일(현지시간) 열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TV 토론은 대선 판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처음 맞붙는 TV토론이 마지막 토론이 될 수도 있어서 두 후보는 배수진을 치고 준비에 돌입했다. 미 주요 매체는 검사 출신 해리스 부통령의 ‘완벽한 시나리오’식 준비와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즉흥적 쇼맨십’이 대비된다고 전했다.
▶시나리오 맞춰 특훈 vs 정책 피력, 여유 대응=대선판에 뛰어든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해리스 부통령은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서 토론 규칙에 따른 ‘2분 답변’을 맞추는 등 보좌진과 함께 특별 훈련에 들어갔다.
토론장과 비슷한 무대에 조명을 설치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스타일의 정장을 입은 대역까지 등장시킨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정치 컨설턴트 필립 라이너스가 트럼프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2016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토론을 도운 캐런 던 변호사가 피츠버그에 합류해 해리스 부통령의 ‘일타 강사’로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피츠버그에서 특훈을 이어간 뒤 토론 전날 오후에야 토론이 열리는 필라델피아로 이동한다. 현재로서는 10일 저녁 토론 시작까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은 만큼 직전까지 토론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토론 때보다 훨씬 여유있는 모습이다. 그는 이 시간을 ‘토론 준비’가 아니라 ‘정책 시간’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기록을 되새기려 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캠프 고문과 보좌관들로부터 정책 브리핑을 듣고 이들에게 가끔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토론에 대비하고 있다. 친트럼프계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그에게 사업기록 위조 등 관련 유죄 평결, 낙태권 이슈 등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90분 진검승부’...낙태권, 이민, 물가 등 쟁점 총출동= 이번 TV토론은 최대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미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ABC 방송 주최로 진행된다. 토론 진행은 ABC 뉴스의 간판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가 맡으며, 6월 바이든-트럼프 토론 때처럼 청중 없이 토론이 이뤄진다.
토론은 각 후보의 모두 발언 없이 진행자 질문에 두 후보가 2분씩 답변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번 토론 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도 나누지 않은 채 토론을 시작했는데, 이번 토론에선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눈 뒤 토론을 진행할지 주목된다.
각자 답변을 마친 후에는 상대 후보의 답변에 반박할 수 있도록 추가로 2분이 다시 주어진다. 반박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두 후보에게 후속 설명이나 해명 또는 답변을 하는 시간으로 1분이 더 부여된다.
후보들은 서로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질문 권한은 진행자에게만 부여된다. 메모를 소지할 수도 없으며 캠프 스태프들이 광고 시간에 후보를 방문할 수도 없다. 가상의 동전 던지기 방식에서 이긴 트럼프의 요청대로 2분간의 마무리 발언은 해리스 트럼프 순서로 진행된다.
6월 TV 토론과 동일하게 이번 토론에서도 자신의 순서가 아닐 때는 마이크가 꺼지는 규칙이 그대로 유지됐다. 앞서 2020년 대선 토론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사회자의 말을 계속 방해하면서 토론의 흐름을 끊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것이 결국 대선 승패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음소거 규칙은 유지됐지만 후보 간 뚜렷한 언쟁이 발생할 경우 주최 측이 마이크 음소거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한다.
ABC 뉴스는 이번 토론을 앞두고 토론 주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핵심 쟁점들이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에서 이전부터 내세워 온 ‘검사 대 중범죄자’라는 구도를 부각하고 낙태권 등 주요 대선 쟁점에 대해 전면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과거로의 회귀’ 대 ‘미래로의 진보’의 대결이라는 구도도 강조할 태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와 물가 등 경제 문제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고 해리스 부통령도 책임이 크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