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오상욱이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다. [파리=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동메달에 만족해야 하나 했는데…한 풀어준 상욱아 고맙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에겐 멘토 겸 롤모델이 있다. 그와 오래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 한 김정환 KBS 해설위원이다. 김정환 위원은 오상욱의 금메달을 따자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김정환 위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오상욱 이전 한국 펜싱 역사상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 만큼 오상욱의 이번 금메달은 더욱 값졌다.

이에 김정환 위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래 기다린 금메달”이라며 “국가대표 생활을 상욱이보다 훨씬 오래 한 선배로서 ‘우리가 개인전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하나 하면서 살았는데 그 한을 상욱이가 대신 풀어줘서 감회가 새롭고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김정환 위원은 오상욱에 대해 “배우려는 욕심이 강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묵묵히 해내는 뚝심 있는 친구”라고 표현했다.

오상욱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선배’를 언급했다. 오상욱은 “유독 생각이 나는 건 오랜 룸메이트였던 정환이 형”이라며 “지금 쓰는 기술들은 사실 정환이 형이 많이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당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순간. 구본길(왼쪽부터),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 인스타그램 캡처]

김정환 위원은 오상욱보다 13살이나 많은 대선배다. 최근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KBS 해설 위원으로 파리를 찾았다.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언급하며 친분을 드러냈다. 오상욱은 “예전부터 늘 ‘형(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고 했고, 김정환 위원도 “상욱이에게 경험의 농축액을 떠먹여줬다”고 말하곤 했다.

이번 경기에서 김정환 위원은 쓴소리 해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오상욱이 10점을 먼저 따내며 주춤할 때 “긴장을 푸는 나쁜 버릇이 생기면 안 된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오상욱은 오는 31일 열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박상원(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김정환 위원이 해설을 맡아 마이크 앞에서 응원할 예정이다. 그는 “단체전도 문제없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