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교통사고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인도를 걸어가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언제 어떤 변수가 닥칠지 모른다.
갑자기 인도로 돌진하는 자동차 사고가 너무 많아졌다. 블랙박스를 보면, 인도로 걸어가며 출근하는 한 여성을 차량이 덮쳐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급발진인지, 운전실수인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 보행자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인도를 걷다 보면, 뒤에서 스치듯 쌩 하고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전동 킥보드도 보행자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킥보드 라이더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속도를 즐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가 지나가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시청자를 화나게 하고,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 뒤집힌 탑차안에 있는 운전자를 빼내기 위해 올라간 순간 뒤따라온 대형차에 부딪혀 생명을 잃은 가장의 이야기는 시청자를 분노케 했다. 음주운전 오토바이에 치여 사망한 가장의 이야기도 국민들을 열받게 했다.
이런 사고 이야기를 전하는 JTBC 교통 공익 버라이어티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를 보고 있으면, 달라진 교통 사고와 문화를 제대로 짚어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내가 과연 살아있는 게 맞는지까지 자문하게 된다. 사고와 상황을 또박또박 쏙 들어오게 설명하는 한문철 변호사도 시청자를 집중하게 한다.
오는 30일 89회를 방송하며 100회를 앞두고 있는 '한블리'가 초반에는 '몇 대 몇'이 시청 포인트였다.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곧바로 팩트 위주보다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터뷰를 강화하는 등 심층 취재로 방향을 틀었다. 사고가 난 지 1년후에도 사고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가 야기한 문제점에 대해서 폭넓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불과 1초전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1초후에는 사망, 또는 불구가 되는 걸 블랙박스를 통해 목격하게 된다. 이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음주운전에 희생된 사람들도 많다.
음주를 하고 차량을 연속 추돌한 후 도주하며 추격적을 벌이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실제 상황으로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한블리'에서는 취객 손님이 택시비 지불을 거부하고 여성 택시 기사의 목을 조르는 위험한 상황이 방송됐으며, 23일 방송분에서는 갓길에 정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대형 트럭의 졸음운전 사고가 시청자에게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한블리'를 보고 운전습관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휴대폰을 보지 않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시간에 밀려 빨리 운전하던 매니저들이 운전습관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블리'의 기획자인 민철기 CP는 "운전의 '운'(運, 옮기다, 움직이다, 돌다)자는 신년운세의 '운'(運)자와 같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다. 이게 돌고 돌아 언제 올지 모른다. 운명이 바뀌고 집안이 풍비박산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운전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처럼 운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운전은 조심할 수밖에 없음을 '한블리'를 할수록 더 깨닫게 된다. 우리가 모두 안전한 교통질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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