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시민군의 프리기아 모자서 착안
동물·인물에서 탈피…자유·평등·박애 가치 담아
프리지아 모자를 쓴 스머프 캐릭터들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자유, 평등, 박애.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 프랑스 혁명의 세 가지 가치가 이번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에 녹아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마스코트 ‘프리주(Phryge)’는 삼각형 형태의 빨간 모자를 캐릭터화한 것이다.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가 처음 도입된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수많은 마스코트가 디자인됐는데 대개가 동물이었다. 사물, 그것도 모자를 활용한 마스코트는 최초다.
이 모자의 근원은 더 먼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모자의 이름 프리기아(Phrygia)는 현재의 튀르키예 영토 중서부에 기원전 존재했던 왕국의 이름이다. 이 왕국에선 노예제를 채택했는데 노예를 자유민으로 해방할 때 삼각꼴의 모자를 씌웠는데 이게 바로 프리기아 모자다.
고대 로마에서도 자유의 몸이 된 노예에게 이 모자를 씌우는 전통을 모방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 문화권에서 프리기아 모자는 자유, 해방 등의 가치를 상징하게 됐다.
파리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프리주 |
프랑스의 자유와 이성을 상징하는 존재인 마리안(Marianne)은 대부분 프리지아 모자를 쓴 형태로 그려진다. 미셸 들라크루아가 그린 명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도 프리기아를 쓰고 앞장서는 마리안의 모습이 묘사됐다. 만화 캐릭터 ‘스머프’도 프리기아 모자를 쓰고 있다.
위로 길쭉한 고깔 모양의 모자여서 착용하면 머리 위 꼭지점 부위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다. 프리주는 이런 특징을 잘 반영해 디자인됐다. ‘올림픽 프리주’는 붉은 몸통에 가느다란 다리, 흰색 운동화를 신고 있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미셸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등장하는 프리기아 모자를 쓴 여신(마리안) |
‘패럼림픽 프리주’는 오른쪽 다리가 의족인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패럴림픽 마스코트에 장애인의 요소를 녹인 것도 올림픽 마스코트 역사상 처음 있는 시도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고 소통하길 바라는 취지를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에스탕게 조직위원장은 올림픽 개막 600여일을 앞둔 지난 2022년 11월 프리주를 공개하며 “우리는 동물보다는 오히려 이상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스코트로 프리기아 모자를 택한 이유는 프랑스 공화국의 강력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자유의 상징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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