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당시 사이클 남자 도로 경기중에 등장한 욱일기. [서경덕 교수 SNS 캡처]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일부 관중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런 장면의 되풀이를 우려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개회식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욱일기 응원 제지를 요청하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25일 자신의 SNS에서 “현재 프랑스에서 펼쳐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전거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욱일기 응원이 등장하는 등 욱일기 노출이 끊이지 않아 매우 우렵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펼쳐진 '뚜르 드 프랑스'에 등장한 욱일기. [서경덕 교수 SNS 캡처] |
서 교수는 “항의 메일에서 ‘욱일기는 일본인 사이에서 출산 등의 의미로도 사용됐지만 과거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전면에 내세운 깃발로 군국주의 및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욱일기 재사용은 과거 일본이 범한 침략전쟁 역사를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올림픽 헌장 제 50조 제2항에 따르면 올림픽 장소 등에선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IOC의 공식 SNS에 욱일기 패턴 모자를 쓴 일본 선수 사진이 게재됐다. 또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이클 남자 도로 경기 중 욱일기가 화면에 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IOC 공식 SNS에 욱일기 패턴 모자를 쓴 일본 선수 사진이 올라왔다. [서경덕 교수 SNS 캡처] |
경기장 내 욱일기가 등장한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후속 대처가 더욱 문제였다. 당시 일본의 올림픽 담당 장관인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은 “욱일기가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OC도 “문제가 발생하면 사안별로 판단할 것”이란 소극적인 입장만 내놨다.
상황이 다소 달라지긴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021년 8월 “IOC가 우리 측에 보낸 서한에서 욱일기가 올림픽 헌장 제50조 제2항에 따른 정치적 문제라는 점을 정확히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인 지난 5월에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또 욱일기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IPC는 ‘파라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영상에서 IPC는 경기 중계 영상 속에서 일본팀 코치와 선수를 소개하는 자막 맨 앞에 욱일기 문양을 사용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 욱일기가 사용됐다. [서경덕 교수 SNS 캡처] |
한편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서경덕 교수는 지금까지 국제기구 등에서 사용된 욱일기 문양에 대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모쪼록 욱일기를 보시면 바로 제보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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